회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작품의 흐름을 되짚어 봅니다.
우리는 지난 아홉 회를 통해 거대한 한 서사를 따라왔습니다. 1967년 베이징의 한 운동장에서 시작된 이야기. 문화대혁명의 광기 속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잃은 한 소녀. 대흥안령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비밀 기지. 우주를 향해 발사된 한 통의 신호. 4광년 너머에서 도착한 한 통의 경고. 그 경고를 무시하고 보내진 답신. 인류 내부의 비밀 결사. 운하 위의 학살.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성자 하나에 새겨진 거대한 컴퓨터, 지자(智子)의 도착.
이 모든 사건이 약 40년의 시간에 걸쳐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작품 1부의 가장 마지막 풍경 앞에 서 있습니다.
작품의 1부는 어떻게 끝나는가. 거대한 위기 앞에서 인류는 무엇을 깨닫게 되는가. 그리고 그 깨달음이 다음 단계의 서사를 어떻게 열어 가는가. 이 회에서 우리는 그 결말의 풍경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한 농촌의 풍경
지자의 존재가 인류 사회에 알려진 후, 베이징은 한 차례의 큰 동요를 겪었습니다. 정부의 비상 회의가 연일 열렸고, 군의 작전 회의가 끝없이 이어졌으며, 학계는 자신들의 학문이 정체될 것이라는 사실에 충격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시 한가운데에서 그 회의들에 매여 있던 사 다스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왕먀오를 자신의 차에 태웠습니다.
『교수님, 한번 시골 바람을 쐬러 갑시다. 회의실에 너무 오래 갇혀 있으니 머리가 막힌 것 같소.』
왕먀오는 그가 왜 그런 제안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를 따랐습니다. 사 다스는 한 거친 형사였지만, 왕먀오는 그를 점점 더 깊이 신뢰하게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거친 외피 안에는 한 가지 깊은 지혜가 있었습니다. 학자들이 추상적 사고와 도덕적 갈등 속에서 마비될 때, 그는 자신의 직관과 행동으로 길을 열어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차는 베이징 외곽으로 약 두 시간을 달렸습니다. 그리고 한 평범한 농촌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화북 평원의 한 작은 마을.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과 밀밭. 멀리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들. 그곳은 중국의 무수한 시골 마을 중 하나였습니다.

메뚜기의 무리
사 다스가 왕먀오를 데리고 간 곳은, 그 마을의 한 옥수수밭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이 본 광경은, 왕먀오를 잠시 멈춰서게 만들었습니다.
광활한 옥수수밭이 거대한 한 무리의 메뚜기에 덮여 있었습니다. 수백만 마리, 어쩌면 수억 마리의 메뚜기들이 옥수수 줄기를 휘감고 잎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마치 한 거대한 짐승의 호흡 소리 같았습니다. 작고 거친 소리들이 무수히 모여, 하나의 거대한 떨림으로 변하는 광경.
농민 몇 명이 그 메뚜기 무리에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농약 분무기가 들려 있었고, 일부는 거대한 살충제 살포 장치를 트랙터에 매달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농약을 뿌리면 일부 메뚜기들이 떨어져 죽었지만, 그 빈자리는 곧 다른 메뚜기들로 채워졌습니다.
사 다스는 왕먀오에게 한 농민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 마을에서는 매년 이렇게 메뚜기와 싸운다고. 어떤 해는 메뚜기가 이기고, 어떤 해는 인간이 이긴다고. 그러나 어느 해에도 인간은 메뚜기를 영원히 끝내지 못했다고. 그리고 메뚜기는 어느 해에도 인간을 영원히 끝내지 못했다고. 두 종(種)이 이 땅 위에서 함께 살아온 지가, 이미 수천 년이라고.
한 형사의 통찰
왕먀오는 그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사 다스가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이유를 천천히 깨달아 가고 있었습니다.
사 다스는 시가를 깊이 빨더니, 천천히 말을 시작했습니다.
『교수님, 보시오. 인간이 메뚜기를 박멸하려고 노력한 지가 몇 천 년이오. 핵폭탄을 만들 정도로 발전한 인류조차도, 이 작은 벌레들을 끝내지 못했소. 어째서일까요. 우리가 보기에 한 마리의 메뚜기는 너무도 작고 약한 존재이지만, 그 한 마리가 수십억 마리가 되면, 그것은 결코 멸절할 수 없는 무엇이 되는 거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소. 메뚜기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오. 그놈들은 농약이 무엇인지 모르고, 핵폭탄이 무엇인지 모르오. 그놈들은 우리의 모든 기술을, 그저 자신들의 일상에 우연히 닥치는 자연 재해처럼 받아들이오. 그러면서도 살아남는 거요.
우리도 같은 거요. 삼체놈들이 우리보다 훨씬 발전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좋소. 우리는 그 기술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거요. 메뚜기가 핵폭탄을 이해하지 못해도 살아남듯이.
그놈들이 우리를 벌레라고 불렀소. 좋소. 우리가 벌레라면, 그것은 그놈들의 실수요. 벌레는 결코 멸절된 적이 없으니까.』

한 위로의 진실
이 한 마디가 왕먀오의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무너뜨렸습니다.
그가 지난 몇 달간 마주해 온 모든 절망. 시야에 새겨진 카운트다운, ETO의 비밀 결사, 1,500명의 학살,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자의 존재. 이 모든 것이 그의 마음 안에 거대한 검은 구덩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어떤 의미 있는 일도 할 수 없는 한 마리의 무력한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사 다스의 말은 그에게 한 가지 다른 시선을 열어 주었습니다.
인류는 정말로 무력한가. 우리는 정말로 끝장난 종족인가. 답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기준에서 강한 자에게 패배할 것이라 두려워하고 있을 뿐, 우리에게는 메뚜기와 같은 끈질긴 생존의 힘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수십만 년 동안 이 행성 위에서 살아왔고, 빙하기를 견뎠고, 거대한 화산 폭발을 견뎠고, 흑사병을 견뎠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견뎠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자신의 종을 완전히 잃지 않은 종족이었습니다.
다가올 4세기 반의 시간. 그것은 끔찍한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인류의 마지막 시간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 싸울 것이며,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던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이 깨달음이 작품 1부의 정신적 결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류츠신이라는 작가의 비밀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류츠신이라는 작가의 한 가지 특징을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주의 가장 거대한 위협을 그려내는 작가입니다. 차원을 펼쳐 만든 컴퓨터, 광속으로 항해하는 함대, 별을 통째로 파괴하는 무기. 이 모든 거대한 상상이 그의 작품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러한 거대한 위협 앞에서 인류에게 부여하는 응답은, 종종 가장 작고 가장 평범한 것들에서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인류의 가장 큰 위기 앞에서 가장 깊은 위로를 주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한 첨단 무기도 아니고, 한 천재적인 과학자의 통찰도 아닙니다. 그것은 한 농촌의 옥수수밭에서, 한 거친 형사가 시가를 빨며 하는 짧은 말입니다.
류츠신의 작품에서 위로는 늘 이런 형태로 옵니다. 그것은 어떤 거대한 영웅 서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살아온 한 가지 진실을, 한 평범한 인물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평범함이 사실은 가장 깊은 진실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서사적 균형이, 류츠신을 다른 SF 작가들과 구별짓는 한 가지 특징입니다. 그는 거대한 우주의 차가움과 한 평범한 인간의 따뜻함을, 같은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시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지 차갑고 비관적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안에는 늘, 어딘가에 한 줄기 따뜻한 빛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벌레다", 그 말의 진짜 의미
작품 1부에서 삼체 문명이 인류에게 보낸 가장 인상적인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너희는 벌레다.』
이 한 마디는, 처음에는 인류에 대한 가장 깊은 모욕으로 들렸습니다. 그러나 사 다스의 옥수수밭에서의 통찰 이후, 그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띠게 됩니다.
삼체 문명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진실을 알려주었다고 사 다스는 말합니다. 그것은 그들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진실이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벌레라 불렀을 때, 그들은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려 했습니다. 너희는 우리보다 한참 아래의 존재라고. 우리가 너희를 짓밟는 것은, 인간이 메뚜기를 짓밟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러나 그들은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인간이 수천 년 동안 메뚜기를 짓밟으려 했지만, 메뚜기는 여전히 여기 있다는 사실. 인간이 사용한 모든 기술, 농약과 핵폭탄과 유전공학까지, 그 어느 것도 메뚜기라는 종을 끝내지 못했다는 사실.
벌레라는 것은, 사실 끝낼 수 없는 무엇이라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고, 박멸되어도 다시 나타나고,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무엇이라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만일 인류가 정말로 벌레라면. 그것은 삼체 문명이 두려워해야 할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결심
이 농촌 방문 후, 왕먀오는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가 마주한 모든 절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양둥의 죽음도, 1,500명의 학살도, 그리고 지자의 존재도. 이 모든 것은 여전히 그의 마음 안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 짐들 아래에 짓눌려 있지만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갔습니다. 자신의 나노 재료 연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때 그 연구는 그의 시야에 카운트다운을 가져온 원인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협박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삼체 문명은 더 이상 그의 연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포기한 것이었습니다. 또는, 그의 연구가 그들에게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을 만큼 자신들의 우위를 확신하게 된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왕먀오는 자신의 연구를 계속할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비록 작은 한 가지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인류가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는 작은 한 부분이 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작은 한 부분 한 부분이 모이면, 결국 거대한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바로 벌레의 힘이라는 것을.

사 다스라는 인물
이 회를 마무리하기 전에, 우리는 사 다스라는 인물에 대해 좀 더 깊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는 작품 1부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인물이 되어 갔고, 작품 2부와 3부에서도 계속해서 인류 운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됩니다.
류츠신은 한 인터뷰에서, 사 다스라는 인물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SF는 종종 너무 지적인 인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천재 과학자, 영웅적 우주비행사, 통찰력 있는 정치가. 그러나 인류라는 종족의 진짜 힘은 그런 비범한 인물들에게서 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평범하지만 깊은 지혜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옵니다. 자신의 작은 직업에 충실하면서도, 인간의 본질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어 보는 사람들. 그런 인물 없이는 어떤 인류 서사도 진짜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은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돌아볼 때, 우리는 종종 영웅들의 이름만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한 시대가 위기를 견뎌낼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그 시대의 무수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냈기 때문입니다. 빵을 굽고, 아이들을 키우고, 들판을 갈고, 책을 쓰고, 거리를 청소한 그 무수한 사람들. 그들이 없었다면 어떤 영웅도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사 다스는 작품 속에서 그러한 인물의 화신입니다. 그는 한 명의 평범한 형사일 뿐이지만, 그는 인간의 가장 깊은 본질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그 본질이, 다가올 위기를 견뎌내는 인류의 가장 깊은 자원이 됩니다.
예원제의 묘지 방문
작품 1부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 인상적인 광경이 펼쳐집니다.
지자의 존재가 알려진 후, 한 인물이 자신의 딸의 묘지를 찾아갑니다. 예원제(叶文洁). 작품 전체의 시작점에 서 있었던 그 인물이, 자신의 딸 양둥의 묘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양둥은 어머니가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한 채로 죽었습니다. 자신의 평생의 학문이 무너지는 그 절망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38년 전 우주에 보낸 한 통의 답신이, 결국 자신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로 죽었습니다.
이제 노년의 예원제는, 그 딸의 묘 앞에 서서 한참을 침묵합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떤 후회가 있을까요. 어떤 깨달음이 있을까요. 류츠신은 이 장면을 길게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그녀의 모습을 짧게 보여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짧은 묘사 안에, 한 인간의 평생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예원제는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자신이 38년 전에 시작한 일은,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딸의 죽음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결실은 앞으로 4세기 반 동안 이어질, 인류 전체의 거대한 비극의 시작점일 뿐이라는 사실.
한 모녀의 진실
류츠신은 이 장면을 통해 우리에게 한 가지 깊은 진실을 보여줍니다.
거대한 역사적 결정은, 결국 한 개인의 가장 친밀한 관계 속에서 그 진정한 무게를 드러냅니다. 한 정치가가 전쟁을 결정할 때, 그 결정의 무게는 통계학적 숫자가 아니라, 그 전쟁에서 죽은 한 병사의 어머니가 받는 그 한 통의 통지서 속에 들어 있습니다. 한 과학자가 새로운 기술을 발명할 때, 그 발명의 진짜 의미는 학술지의 논문이 아니라, 그 기술로 인해 변화된 한 가정의 일상 속에 들어 있습니다.
예원제는 한 거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결정의 첫 결실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의 딸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평생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지만, 그 신념의 첫 희생자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였습니다.
이것이 류츠신이 작품 1부를 마무리하는 한 가지 방식입니다. 모든 거대한 서사는 결국 한 친밀한 비극으로 귀결된다는 것. 그리고 그 친밀한 비극을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는 자만이, 자신의 결정의 진짜 무게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가장 마지막 장면
작품 1부의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예원제는 베이징 외곽의 한 산 꼭대기에 서 있습니다.
저녁이 깊어 가고 있고, 서쪽 하늘에 마지막 햇살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한 동료와 함께, 38년 전 자신이 답신을 보냈던 그 산봉우리, 대흥안령의 홍안 기지가 있던 그 방향을 향해 서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옛 기지를 보러 간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을 살아온 결과를 정리하기 위해 서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천천히 한 마디를 합니다.
『이제 일몰이 가까워졌습니다. 인류의 일몰이 가까워졌습니다.』
그녀의 동료가 그녀를 부축하려 다가갑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천천히 만류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두 발로 그 산을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마치 자신의 평생을 자신의 발걸음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듯이.
이 장면이 작품 1부의 가장 마지막 장면입니다.
"일몰"이라는 단어
예원제의 마지막 말, "인류의 일몰이 가까워졌습니다"라는 그 한 마디가 작품 1부의 결론입니다.
이 한 마디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절망의 의미입니다. 인류는 이제 한 외계 문명의 손에 자신의 운명을 맡긴 종족이 되었습니다. 4세기 반 후, 그 함대가 도착하면, 인류는 결국 정복되거나 또는 멸절될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 문명의 시대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자신의 일몰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둘째는 그러나 일몰 이후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일몰은 끝이 아닙니다. 일몰 이후에는 밤이 옵니다. 그리고 밤 이후에는, 다시 새벽이 옵니다. 인류 문명이 한 차례의 거대한 위기를 거친 후,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어쩌면 이전의 우리와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어쩌면 우리가 지금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류츠신이 이 한 마디로 작품 1부를 마무리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절망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 너머의 어떤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일몰이 가까워졌다는 그 말 자체가, 일몰 이후의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시대의 마침표
이로써 우리는 『삼체』 1부의 마지막 장면 앞에 도달했습니다.
1967년 베이징의 한 운동장에서 시작된 이야기. 그것은 한 소녀의 비극이었습니다. 그 비극은 한 답신 버튼 위의 손가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손가락은 4광년 너머의 응답을 불러왔습니다. 그 응답은 인류 내부의 비밀 결사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사는 운하 위의 학살을 가져왔습니다. 그 학살은 지자의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자의 발견은 인류 과학의 정체를 가져왔습니다. 인류 과학의 정체는 일몰의 선언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거대한 인과의 사슬을 작품의 1부는 한 권의 책 안에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사슬의 가장 마지막 고리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인류는 이제 한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는 것. 그 시대는 우리가 살아온 어떤 시대와도 다를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시대에서 우리가 무엇이 될지는,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
한 가지 마지막 사유
이 회를 마무리하기 전에, 한 가지 사유를 함께 짚어두고 싶습니다.
작품 1부의 가장 깊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쩌면 이런 것입니다.
거대한 위기 앞에서, 인류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다시 묻게 된다는 것.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자신을 무엇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가. 우리는 우주의 중심이었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정점에 선 종족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4광년 너머에서 한 함대가 다가오는 그 순간, 이 모든 자기 인식이 무너집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자연의 정점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 아닙니다. 우리는 한 거대한 우주 안에서, 한 작은 행성 위에 우글거리는 작은 생명체일 뿐입니다.
이 깨달음은 끔찍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한 가지 해방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의 거대한 자기 인식을 짊어지고 살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작은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작음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면 됩니다. 메뚜기처럼. 끝없이 자신의 작은 일을 반복하고, 끝없이 자신의 작은 자리를 지키며, 끝없이 살아남는 그 무엇처럼.
이것이 어쩌면 류츠신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장 깊은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우주 앞에서 작은 존재라는 사실은, 우리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입니다.

1부의 끝, 2부의 시작
이로써 우리의 『삼체』 1부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지난 열 회를 통해, 한 소설의 1부에 담긴 거대한 서사를 함께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합니다. 작품의 2부 『암흑의 숲(黑暗森林)』은 1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우리 앞에 펼쳐 놓을 것입니다.
함대가 도착하기까지 약 4세기 반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인류는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단지 무력하게 기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총동원하여, 다가올 운명에 맞설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준비의 가장 첫 단계로, UN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기이한 한 가지 작전을 시작합니다. '면벽자(面壁者) 계획'이라 불리는 그 작전. 네 명의 인간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인류 전체의 운명을 맡기는 것. 그들은 어떤 보고도 하지 않고, 어떤 검증도 받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머릿속에서 인류를 구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 네 명의 면벽자는 누구이며, 그들에게 어떤 임무가 부여될 것인가.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 왜 다른 누구와도 다른 이유로 선택되었는가. 그 한 사람의 이름이, 작품 2부와 3부 전체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 됩니다.
뤄지(罗辑).
다음 회 예고
함대 도착까지 약 4세기 반. UN은 인류 사상 가장 기이한 작전을 시작합니다. 면벽자(面壁者) 계획. 네 명의 인간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어떤 통제도 받지 않는 절대적 권한과 자원을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인류를 구할 비밀 계획을 세우게 하는 것. 그러나 이 계획에는 한 가지 묘한 조건이 있습니다. 면벽자들은 자신의 계획을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 자신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누구에게도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자원을 요구하든, 그것이 그들의 비밀 계획의 일부라고만 답하면 되는 것. 다음 회에서는 이 기이한 작전이 시작되는 풍경과, 면벽자로 선발된 네 사람의 첫 모습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 한 평범한 사회학 강사 뤄지가 왜 이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지, 그 비밀의 단서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세계문학 > 세 개의 태양 아래에서: 류츠신과 우주의 진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삼체 : 제12회. 뤄지(罗辑)는 왜 선택되었는가 (0) | 2026.06.07 |
|---|---|
| 삼체 : 제11회. 면벽자(面壁者), 네 명의 인간에게 맡겨진 인류의 운명 (0) | 2026.06.06 |
| 삼체 : 제9회. 지자(智子)의 탄생, 양성자에 우주를 새기다 (0) | 2026.06.04 |
| 삼체 : 제8회. 작전명 '고금(古筝)', 운하 위의 학살 (1) | 2026.06.03 |
| 삼체 : 제7회. ETO, 지구를 배신한 자들의 신념 (0) | 202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