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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세 개의 태양 아래에서: 류츠신과 우주의 진실

삼체 : 제11회. 면벽자(面壁者), 네 명의 인간에게 맡겨진 인류의 운명

by 책으로떠나는여행 2026. 6. 6.

이제 우리는 작품의 2부, 『암흑의 숲(黑暗森林)』으로 들어섭니다.

1부의 마지막에서, 인류는 한 가지 잔혹한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약 4세기 반 후, 1천 척의 거대한 삼체 함대가 자신의 하늘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인류의 기초 과학은 지자(智子)에 의해 정체된 채로 있을 것입니다. 인류의 모든 회의, 모든 결정, 모든 비밀이 4광년 너머에 실시간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인류는 발가벗겨진 종족이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인류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계획도 비밀로 유지할 수 없고, 어떤 무기도 적의 사전 분석을 피할 수 없으며, 어떤 전략도 적이 미리 알지 못하는 상태로 실행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인류에게는 한 가지, 4광년 너머의 적조차도 들여다볼 수 없는 영역이 남아 있었습니다.

한 인간의 머릿속.

 

지자의 한계

작품 1부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 가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자는 인류의 모든 통신, 모든 회의, 모든 문서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한 곳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뇌 내부의 사고 그 자체.

지자는 양성자 하나의 물리적 크기를 가진 컴퓨터입니다. 그것은 음향, 시각, 전자기 신호를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인간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그 의미까지 해독해 낼 수는 없었습니다. 인간의 사고는 매우 복잡한 신경전달물질의 흐름과 신경세포의 발화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의미를 외부에서 해독하는 기술은 삼체 문명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깊었습니다. 만일 한 인간이 자신의 계획을 종이에 쓰지 않고, 동료와 상의하지 않고, 어떤 형태로도 외부에 표현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의 머릿속에만 보관한다면, 그 계획은 영원히 비밀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한 가지 빈틈을 발견한 UN은, 그것을 인류의 새로운 전략의 핵심으로 삼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가지 기이한 작전

UN의 비공개 회의에서 한 가지 기이한 작전이 제안되었습니다. 이 작전의 발의자가 누구인지 작품은 명확히 밝히지 않지만, 그것은 한 가지 단순하면서도 천재적인 발상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작전의 이름은 '면벽자(面壁者) 계획'.

면벽(面壁)이라는 한자 단어의 의미를 우리는 잠시 음미해야 합니다. 이것은 본래 불교 선종(禅宗)의 한 수행 방식에서 온 말입니다. 달마 대사가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벽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겼다는 그 이야기.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오직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그 수행. 그 수행에서 나온 깨달음은 어떤 책에도 기록되지 않고, 오직 그 수행자의 마음속에만 새겨집니다.

UN이 이 단어를 빌려 온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그들이 만들고자 한 것은, 4세기 반의 시간 동안 오직 자신의 머릿속에만 인류 구원의 계획을 보관한 채로, 그 계획을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고, 누구의 검증도 받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결단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이었습니다.

 

작전의 구조

면벽자 계획의 핵심 구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UN은 네 명의 인간을 선발합니다. 그들에게는 '면벽자'라는 호칭이 부여되며, 각자에게는 사실상 무제한의 자원과 권한이 주어집니다. 그들은 어떤 국가도, 어떤 국제 기구도, 어떤 군 사령부도 자신의 계획에 대해 보고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계획을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해 어떤 정당화도 제공할 필요가 없습니다.

면벽자들에게는 한 가지 단순한 면죄부가 주어집니다.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자원을 요구하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이 자신의 비밀 계획의 일부라고 한 마디만 답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한 마디만으로, 모든 통제 시스템은 그들에게 협력해야 합니다.

이 작전의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면벽자들이 자신의 계획을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면, 삼체 문명도 그 계획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것일 것이고, 종종 자기 파괴적으로 보일 것이며, 종종 인류 전체에 해로운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 모두가, 4세기 반 후 함대 도착의 순간을 위한 거대한 음모의 일부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작전은 그래서 일종의 도박이었습니다. 면벽자들의 머릿속에서 정말로 인류를 구할 천재적인 계획이 자라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인류가 절망 속에서 의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한 가지 환상에 불과할 것인가.

 

한 가지 묘한 안전장치

면벽자 계획에는 한 가지 묘한 안전장치가 있었습니다. UN은 면벽자만이 아니라, 그들과 짝을 이루는 '파벽자(破壁者)'의 존재도 함께 공식화한 것입니다.

파벽자가 누구인가. 그것은 ETO(지구삼체조직)의 핵심 일원들이었습니다. 즉, 인류 내부에서 삼체 문명에 협력하고 있는 자들. 그들은 면벽자들의 모든 공개된 행동을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의도를 추리하여, 그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이 구조의 의미는 깊었습니다. 면벽자가 자신의 계획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해도, 그의 행동 자체가 정보를 누설할 수 있습니다. 그가 어떤 자원을 요청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 어떤 회의를 여는지. 이 모든 표면적 행동에서 패턴을 읽어내려는 자들이, 바로 파벽자들이었습니다.

면벽자와 파벽자는 그래서 한 거대한 인지적 게임의 두 플레이어가 되었습니다. 한쪽은 자신의 진짜 의도를 숨기려 노력하고, 다른 한쪽은 그 의도를 추리하여 폭로하려 노력하는 게임. 이 게임에서 한 면벽자의 계획이 파벽자에 의해 정확히 폭로되는 순간, 그 면벽자는 사실상 임무를 잃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계획이 폭로된 이상, 그것은 더 이상 비밀일 수 없고, 삼체 문명 역시 즉시 그 정보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면벽자, 프레드릭 타일러

UN이 발표한 네 명의 면벽자 중 첫 번째는 미국의 전직 국방장관 프레드릭 타일러(Frederick Tyler)였습니다.

타일러는 평생을 미국 군사 정책의 최고위에서 보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두 차례의 큰 군사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했고, 미국 군 정보 분야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현대 전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이 들어 있었고, 그의 인맥은 세계 군 사령부의 모든 핵심 인사들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타일러가 면벽자로 선발된 이유는 명백했습니다. 그는 인류 사상 가장 능숙한 군 전략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다가올 함대 전쟁에서 인류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면, 그것은 타일러 같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 UN의 판단이었습니다.

타일러가 면벽자로서 처음 시도한 것은, 그의 평생의 경험에 비추어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는 인류 함대의 모든 함선에, 그가 '구화살수(球化箭士)'라 부르는 자살 폭탄 부대를 배치하는 계획을 시작했습니다. 이 계획의 본질은 함선 한 척 한 척에 강력한 핵폭탄을 탑재하고, 적함과의 충돌 시 자폭하여 적함을 함께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한 가지 무서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자살 임무를 받아들일 수많은 우주비행사들이 필요하다는 것. 타일러는 이를 위해 한 비밀 부대를 조직하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모른 채로 광기에 가까운 충성심과 자살 충동을 주입하는 훈련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한 군 전략가의 비극

타일러의 계획은 명백히 잔혹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면벽자 계획의 본질상, 누구도 그에게 그 계획을 멈추라고 명령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비밀 계획의 일부라고만 답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한 가지 일이 일어났습니다. 타일러의 짝인 파벽자가 공식 회견을 열고, 그의 계획의 진짜 의도를 폭로한 것입니다.

파벽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프레드릭 타일러의 진짜 계획은, 우주에서 자살 폭탄 부대로 삼체 함대와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표면적인 계획입니다. 그의 진짜 계획은 그 자살 부대를 인류의 우주 함대 내부에 침투시켜, 결정적 순간에 인류 함대 자체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인류 함대가 어차피 패배할 운명이라면, 그것을 적이 차지하기 전에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이 폭로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결코 확실히 밝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폭로 이후 타일러의 입지는 무너졌습니다. 그가 진실로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든 그렇지 않든, 그의 모든 행동은 이제 그 폭로의 그림자 아래에서 해석될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 타일러는 자신의 호텔 방에서 권총으로 자살했습니다. 그는 한 통의 짧은 유서를 남겼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한 종족이 자신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나는 평생을 군 전략가로 살았지만, 한 가지 진실은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적과 싸우기 위해, 결국 우리 자신부터 적이 되어야 한다는 진실. 나는 그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이 자리에서 떠납니다.』

타일러는 면벽자 네 명 중에서 가장 먼저, 가장 비극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임무에서 떠난 인물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면벽자, 마누엘 레이디아즈

두 번째 면벽자는 베네수엘라의 전 대통령 마누엘 레이디아즈(Manuel Rey Diaz)였습니다.

레이디아즈는 한 가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강력한 반미 지도자 중 한 명이었으며, 자신의 국가를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평생을 보냈습니다. 그는 미국의 한 거대한 항공모함 함대를 자국 해역에서 압박하여 철수시킨 외교적 승리로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면벽자로 선발된 이유는 한 가지였습니다. 그는 한 작은 국가가 한 거대한 적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인류와 삼체 문명의 관계도 그것과 닮아 있었습니다. 작은 자가 거대한 자를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면 대결이 아닌 다른 형태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레이디아즈가 처음으로 요청한 것은, 인류가 보유한 모든 핵폭탄, 즉 수천 발의 수소폭탄을 자신에게 위임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것들을 자신만의 비밀 계획에 따라 사용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습니다.

 

태양 폭탄

곧 한 가지 단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레이디아즈는 자신이 받은 핵폭탄들을, 거대한 우주 추진기에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개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신비로운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그것은 태양 표면의 자기장 구조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태양은 인류의 가장 큰 친구이자, 가장 큰 가능성을 지닌 천체입니다. 그것은 우리 행성에 생명을 가져다주는 원천이며, 동시에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입니다.

레이디아즈의 파벽자가 그의 진짜 계획을 폭로한 날, 인류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마누엘 레이디아즈의 진짜 계획은 단순합니다. 그는 인류의 모든 핵폭탄을 태양 표면에 투하하여, 태양을 폭발시키려는 것입니다. 그의 논리는 무엇입니까? 만일 인류가 삼체 함대에 패배할 운명이라면, 적이 차지할 것을 미리 파괴해 버리자는 것입니다. 태양이 폭발하면 그 충격파는 외부로 퍼져 나가, 다가오는 삼체 함대를 정통으로 강타할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전체도 파괴될 것입니다. 그는 인류 전체와 함께 적을 끝장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 폭로가 발표된 후, 레이디아즈는 즉시 도주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 체포되었고, 자신의 본국 베네수엘라로 송환되어 처형되었습니다. 그가 처형되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은 짧고 잔혹했습니다.

『약자가 강자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은, 함께 죽는 것이다.』

세 번째 면벽자, 빌 하인스

세 번째 면벽자는 영국의 신경과학자 빌 하인스(Bill Hines)였습니다.

하인스는 인간의 뇌, 특히 신경전달과 사고 형성의 기작에 관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였고, 그의 연구실은 인간 의식의 가장 깊은 비밀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가 면벽자로 선발된 이유는, 그가 인류 자체의 본성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인류가 다가올 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이유가, 인류의 본성에 어떤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면, 그 한계를 신경과학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하인스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한 가지 신비로운 신경과학적 연구였습니다. 그는 인간의 뇌에서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인간이 무엇을 진실로 믿고, 무엇을 거짓으로 믿는지가, 신경전달의 어떤 패턴에 의해 결정되는지. 그리고 그 패턴을 외부에서 조작할 수 있는지.

 

사고의 봉인

하인스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한 가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뇌에 특정한 신념을 직접 주입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세뇌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신경 패턴 자체를, 자신이 정말로 그 신념을 자신의 의지로 받아들인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술이 무엇에 쓰일 것인지는 명백했습니다. 만일 인류 우주 함대의 모든 함장들과 모든 우주비행사들의 뇌에, '인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을 직접 주입할 수 있다면, 그들은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그들의 의지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기술의 어두운 측면도 있었습니다. 만일 그 신념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사람들은 평생을 거짓 위에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행동이, 그 거짓 위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하인스의 파벽자가 그의 진짜 계획을 폭로했습니다.

『빌 하인스의 진짜 계획은 인류의 모든 우주 전사들에게 승리의 신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표면적인 계획입니다. 그의 진짜 계획은, 그 반대입니다. 그는 인류의 우주 전사들에게 '인류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신념을 주입하려는 것입니다. 그의 논리는 무엇입니까? 만일 그들이 패배를 미리 알고 있다면, 그들은 헛된 저항을 포기하고, 더 빠르게 항복하여 인류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폭로 또한 그의 임무를 사실상 끝냈습니다. 하인스의 모든 후속 행동은 이 폭로의 그림자 아래에서 해석될 것이었고, 인류 사회는 그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세 면벽자의 실패

이렇게 네 명의 면벽자 중 세 명이, 자신의 임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습니다. 한 사람은 자살했고, 한 사람은 처형되었고, 한 사람은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 세 면벽자의 실패에서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그들 모두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였습니다. 한 사람은 군 전략가, 한 사람은 정치 지도자, 한 사람은 신경과학자. 그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모두 한 가지 한계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그들의 전문성으로부터 너무 자연스럽게 도출된 계획이었다는 것입니다. 군 전략가는 군사적 해결책을 찾았고, 정치 지도자는 정치적 해결책을 찾았으며, 신경과학자는 신경과학적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그 계획들은 모두, 파벽자들에게 너무 쉽게 추리되었습니다. 한 인간의 사고는, 그의 평생의 경력과 그의 전문 분야에 의해 매우 강력하게 제약되어 있습니다. 누가 그를 알고 있다면, 그가 어떤 종류의 계획을 짤지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면벽자 계획의 가장 깊은 모순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UN은 인류 중 가장 뛰어난 자들을 선발했지만, 가장 뛰어난 자들은 동시에 가장 예측 가능한 자들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네 번째 면벽자

이제 우리는 네 번째 면벽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인물이, 작품 2부와 3부 전체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 됩니다.

그의 이름은 뤄지(罗辑).

이 이름은 한자로 '罗辑'이라고 쓰입니다. '논리(logic)'의 중국식 음역과 정확히 같은 발음을 가진 이름입니다. 류츠신이 이 인물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그렇게 지은 것이 분명합니다. 뤄지는 이름 그 자체로 '논리'를 상징하는 인물이 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뤄지가 다른 세 면벽자와 다른 점은 한 가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한 평범한 사회학 강사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조차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뤄지가 어떤 인물인지 작품은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그는 30대 중반의 한 평범한 대학 강사였습니다. 그의 전공은 우주사회학(cosmic sociology)이라는 매우 모호하고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새로운 분야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강의를 그다지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았고, 자신의 연구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일상도 그다지 의미 있게 살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혼했고 곧 이혼했으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떤 특별한 야망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니 어떤 면에서는 평범 이하라고도 할 수 있는 한 인물이, 왜 인류 운명의 한 축을 짊어진 면벽자로 선발되었는가. 이것이 작품 2부의 가장 큰 미스터리이며, 동시에 가장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부분입니다.

뤄지의 첫 등장

뤄지가 작품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어느 평범한 오전, 그는 자신의 강의실에서 우주사회학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강의실에는 약 20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고, 그들 대부분은 별로 집중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뤄지 자신도 자신의 강의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강의 노트를 형식적으로 읽고 있었을 뿐입니다.

강의가 끝나갈 무렵, 강의실 뒤편에서 한 인물이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그는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양인 노부인이었습니다. 그녀가 누구인지 학생들도 뤄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자세에는 어떤 권위와, 어떤 깊은 슬픔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 노부인이 누구였는지, 그 짧은 순간 뤄지는 알아보았습니다. 그녀는 신문에서 본 적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예원제(叶文洁).

그녀가 어째서 자신의 강의실에 와 있는가. 뤄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녀는 천체물리학자였습니다. 그녀가 사회학 강의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예원제는 뤄지와 짧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그 대화에서, 그녀는 뤄지에게 두 가지 공리(公理)를 들려줍니다.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진실이라 그녀가 부르는 것을. 그 두 공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생존은 모든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둘째,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하지만, 우주의 총 물질은 일정하다.

이 두 공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뤄지는 그 자리에서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저 한 노부인의 다소 추상적인 말을 들었을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두 공리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두 문장이 됩니다. 그것은 '암흑의 숲(黑暗森林)' 이론의 출발점이며, 우주의 진정한 본질을 가리키는 두 개의 화살표이며, 인류 운명의 가장 깊은 비밀을 푸는 두 개의 열쇠입니다.

그리고 뤄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두 공리를 자신의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그가 그것을 의식적으로 발전시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씨앗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뿌려진 것이었습니다.

 

왜 뤄지인가

며칠 후, 뤄지는 자신의 아파트로 한 통의 공식 통보를 받았습니다. UN이 그를 면벽자 중 한 명으로 선발했다는 통보였습니다.

뤄지는 처음에는 이것이 어떤 장난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러한 거대한 책임에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한 평범한 사회학 강사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통보는 사실이었습니다. UN의 대표단이 그의 아파트로 직접 찾아와, 그에게 면벽자의 모든 권한과 모든 책임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사실상 무제한의 자원과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었습니다. 그가 무엇을 하든, 그것이 자신의 비밀 계획의 일부라고만 답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뤄지는 처음에는 이 임무를 거절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면벽자라는 지위가 그에게 얼마나 큰 권한과 얼마나 큰 자유를 보장해 주는지를. 그는 사실상 한 명의 황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치도 누릴 수 있고, 어떤 명령도 내릴 수 있는, 4세기 반의 시간을 위해 봉헌된 황제.

그래서 그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면벽자가 되겠다고. 그러나 자신은 어떤 진지한 계획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단지 이 지위가 보장해 주는 모든 사치를 누리며, 평생을 편안히 살 것이라고.

이 결정이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아이러니 중 하나입니다. 인류 운명을 짊어지도록 선발된 한 인물이, 자신의 임무를 가장 무책임한 방식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한 가지 단서

그러나 한 가지 단서가 있었습니다. 뤄지가 면벽자로 선발된 이유에 대해서는, UN조차도 공식적인 설명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인류 중에서 가장 뛰어난 군 전략가도 아니었고,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지도자도 아니었으며, 가장 위대한 과학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저 한 평범한 사회학 강사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가 선발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작품 2부의 가장 깊은 비밀이며, 우리는 그것을 다음 회에서 천천히 풀어 가게 될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단서는 명확합니다. 4광년 너머의 삼체 문명이, 뤄지에 대해 한 가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세 면벽자에 대해서는 곧 파벽자를 통해 그들의 계획을 폭로하던 삼체 문명이, 뤄지에 대해서만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삼체 문명은 뤄지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인물인지, 다른 세 명에 비해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인류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뤄지 자신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새로운 황제 같은 삶을 시작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호화로운 저택, 무제한의 자원,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모든 사람과의 만남. 그러나 그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4광년 너머의 한 거대한 문명이 그를 향해 자신의 모든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거대한 미스터리

이 회를 마무리하기 전에, 우리는 한 가지 큰 미스터리를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뤄지는 누구인가. 그는 왜 면벽자로 선발되었는가. 그가 평범한 사회학 강사로 살아온 그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그는 무엇인가를 했거나, 무엇인가를 알아냈거나, 무엇인가를 깨달았는가. 그래서 4광년 너머의 한 문명이 그를 가장 깊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는가.

이 미스터리는 작품 2부 전체에 걸쳐 천천히 드러납니다. 그것은 단지 한 인물의 비밀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본질에 관한 한 가지 진실과 연관되어 있는 미스터리입니다. 그리고 그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인류와 삼체 문명의 관계는 전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됩니다.

다음 회에서 우리는 이 미스터리의 첫 단서를 천천히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다음 회 예고

뤄지는 면벽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임무에 진지하게 임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는 단지 면벽자라는 지위가 제공하는 모든 사치를 누리며 살고자 했습니다. 호화로운 저택, 무제한의 자원, 어떤 책임도 묻지 않는 절대적 권한. 그러나 그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를 둘러싼 모든 사건들이 그를 한 방향으로 천천히 이끌어 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의 끝에는, 그가 평생 알지 못했던 한 가지 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가 왜 면벽자로 선발되었는지에 관한 진실. 다음 회에서는 뤄지의 일상이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를,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자라나기 시작하는 한 가지 사유의 씨앗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그 씨앗의 이름은, '우주사회학(cosmic sociolog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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