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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세 개의 태양 아래에서: 류츠신과 우주의 진실

삼체 : 제7회. ETO, 지구를 배신한 자들의 신념

by 책으로떠나는여행 2026. 6. 2.

게임을 마친 후 며칠이 흘렀습니다.

왕먀오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보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고, 동료들과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고, 저녁에는 아내와 어린 아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상. 그러나 그의 시야 한가운데에는 여전히 카운트다운이 흐르고 있었고, 그의 마음 한가운데에는 게임 속에서 본 풍경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세 개의 태양 아래 떠돌던 한 행성. 탈수되어 보관된 수십만 명의 시민들. 자신의 아이에게 마지막 작별을 속삭이던 한 어머니. 그리고 그들이 갈망하던 단 하나의 풍경. 푸른 하늘 아래 떠 있는 하나의 태양.

그가 이런 회상에 잠겨 있던 어느 날 저녁, 그의 휴대전화에 한 통의 짧은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내일 밤 8시. 베이징 외곽 회유구(怀柔区) 옛 폐쇄된 영화촬영소. 혼자 오십시오. ETO 모임.』

발신자는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왕먀오는 이 메시지가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신주(申玉菲), 그에게 게임 디스크를 건네 주었던 그 여인.

 

한 폐허 속의 모임

다음 날 밤, 왕먀오는 사 다스와 사전에 약속을 정리한 후 그곳을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베이징 외곽의 회유구. 그곳에는 80년대에 한때 번성했다가 지금은 거의 버려진 한 영화촬영소가 있었습니다. 거대한 세트장들이 폐허처럼 남아 있고, 가짜로 지어진 청 왕조의 궁전 외벽이 잡초 사이에서 무너져 가고 있는 곳. 왕먀오는 그 폐허의 한 창고 같은 건물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가 본 것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약 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의 면면은 다양했습니다. 노학자처럼 보이는 백발의 노인. 단정한 정장의 회사원. 군복을 입은 군 장교. 안경을 쓴 젊은 대학원생. 그리고 외국인의 얼굴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왕먀오는 그것을 한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들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자신의 종족에 대해 깊은 환멸을 품은 자들이었습니다.

세 파벌

ETO의 내부는 단일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어 있었고, 그들 사이에는 종종 격렬한 대립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구원파(拯救派)'였습니다. 그들은 인류를 '구원받아야 할 타락한 존재'로 보았습니다. 인류는 이미 너무 깊이 자신의 욕망과 잔혹함에 잠겨 있어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그것을 극복할 수 없다고. 그래서 더 우월한 외계 문명의 인도가 필요하다고. 삼체인들은 인류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다시 가르치고 다시 빚어내어 새로운 종족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이 파벌의 신념은 종교에 가까웠습니다. 그들에게 삼체인은 단순한 외계인이 아니라, 우주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신적 존재였습니다. 그들의 모임에서는 종종 침묵 속의 기도가 행해졌고, 그 기도의 대상은 4광년 너머의 그 행성에서 출발한 함대였습니다.

구원파의 정신적 지주는 한 인물이었습니다. 그 인물의 이름이,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자들 사이에서 가장 깊은 존경과 함께 불려지고 있었습니다.

예원제(叶文洁).

 

노학자의 모습

왕먀오가 단상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는 한 인물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단상의 한 구석에, 평범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한 노부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단정한 회색 머리를 뒤로 묶고, 단아한 검은색 스웨터를 입은, 누군가의 친근한 할머니처럼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깊고 차분하면서도, 그 안에 어떤 거대한 슬픔과 어떤 거대한 결단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눈빛이었습니다.

왕먀오는 누군가에게 물었습니다. 저분이 누구입니까. 옆에 서 있던 한 중년의 학자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예원제 선생님이십니다. 우리의 정신적 지도자이시지요. 그분이 38년 전에 한 가지를 시작하셨고, 우리 모두는 그 시작의 후예들입니다.』

왕먀오는 그 노부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습니다. 1979년 대흥안령 산속의 그 새벽, 답신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던 그 젊은 여인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 노년의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류츠신은 이 인물을 단순한 악당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작품에서 가장 복합적이고 가장 깊이 있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녀가 평생을 통해 도달한 한 결론은 잔혹했지만,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그녀의 모든 경험과 모든 사유는, 우리가 결코 가볍게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강림파의 검은 그림자

둘째 파벌은 '강림파(降临派)'였습니다. 그들의 신념은 구원파와 다르면서도 같았습니다. 인류는 타락했다는 인식은 같았으나, 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인류는 구원받을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습니다. 인류는 깨끗하게 멸절되어야 한다. 그 잔해 위에 새로운 무엇이 세워지든, 그것은 적어도 인류가 아닌 무엇이어야 한다.

이 극단적인 파벌의 지도자는 미국의 한 대부호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마이클 에반스(Mike Evans). 한 거대 석유 재벌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은 한 가지 깊은 상처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사랑했고, 특히 새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석유 회사가 일으킨 한 거대한 기름 유출 사고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수만 마리의 새들이 검은 기름에 뒤덮여 죽어 가는 광경. 그 광경이 그의 마음속에 영원한 흉터를 남겼습니다.

그날부터 에반스는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인류는 다른 모든 종(種)의 적이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구의 어떤 생명도 안전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한 가지 목적에 쏟아부었습니다. 인류의 마지막 멸망을 앞당기는 것. 그는 'Second Homeland'라 불리는 거대한 유조선을 자신의 본부로 개조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자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두 파벌의 충돌

이 자리에서 왕먀오는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구원파와 강림파의 한 대표가 단상에 올라가, 서로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말투는 정중했으나, 그 안에는 깊은 불신과 분노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구원파의 한 노학자가 먼저 말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가르침을 기다리는 자들입니다. 주께서 오시면, 인류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멸망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활을 원합니다.』

강림파의 대표가 답했습니다.

『노인장의 신앙은 아름답습니다만, 그것은 환상입니다. 주께서 인류를 가르치기 위해 4광년을 건너오신다고 누가 말합니까? 그분은 단지 자신의 종족을 위한 새 집을 찾고 계실 뿐입니다. 인류는 그 집을 비워야 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한 깨끗하게.』

이 두 입장 사이의 거리는 메울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쪽은 인류의 정화를 원했고, 다른 한쪽은 인류의 소멸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두 파벌은 한 가지에서 일치하고 있었습니다. 인류는 더 이상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자격이 없다는 것.

세 번째 파벌, 생존파

셋째 파벌은 '생존파(幸存派)'였습니다. 가장 적은 수였고, 가장 조용한 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의 입장은 가장 현실적이며, 또한 가장 비겁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삼체 함대가 도착하면 인류는 정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리 협력하여,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라도 새로운 질서 속에서 안전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들 중에는 정부의 고위 관료도 있었고, 거대 기업의 임원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추상적인 사상이나 종교적 신념을 가진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후손이, 다가올 새 시대에서 노예가 아닌 협력자의 위치를 차지하기를 원할 뿐이었습니다.

류츠신은 이 파벌을 그려내는 방식에서 깊은 비판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생존파는 거대한 사건 앞에서 가장 인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반응을 보이는 자들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우선시하는 그 반응 말입니다. 그러나 그 인간적이라 할 수 있는 반응이, 결국 어떤 결과를 낳는가. 자신의 종족 전체를 외계 권력의 손에 팔아넘기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류츠신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만일 우리가 멸망의 위기 앞에 선다면, 우리는 어느 파벌이 될 것인가. 신앙에 따라 행동할 것인가, 절망에 따라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보존의 본능에 따라 행동할 것인가. 이 세 선택지 모두가, 결국 같은 비극적 결말로 향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원제의 연설

모임이 한참 진행되었을 때, 예원제가 천천히 단상에 올라섰습니다. 그녀의 등장과 함께 모든 소음이 잦아들었습니다. 어떤 권위주의도 없는, 그저 그녀의 존재 자체가 만들어내는 정적이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차분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38년 전 한 인간이 시작한 일의 한 단계에 도달해 있습니다. 그날 새벽, 저는 답신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습니다. 그 손가락 하나가 인류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줄을, 그때의 저는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일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인류를 사랑합니다. 너무 사랑하기에, 저는 인류에게 다른 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인류는 스스로의 잔혹함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잔혹함이 결국 모든 것을 파괴하기 전에, 외부의 손길이 우리를 멈춰주어야 합니다.

주께서 오십니다. 약 450년 후, 그분의 함대가 우리의 하늘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우리의 임무는 단 하나, 인류가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연설을 들은 왕먀오의 마음속에서는, 한 가지 깊은 슬픔이 자라났습니다. 이 여인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광신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평생에 걸쳐 도달한 한 결론을 차분하게 말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분명, 어떤 면에서 일관성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잘못은 무엇인가. 그녀가 본 것은 진짜였습니다. 인간의 잔혹함, 인간의 어리석음, 인간의 자기 파괴 충동. 이 모든 것을 그녀는 자신의 청춘기에 가장 적나라한 형태로 목격했습니다. 그녀의 결론은 그 경험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결과였습니다.

다만 그녀가 한 가지 결정적인 것을 놓쳤다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인간에게는, 그 잔혹함과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 어둠 속에서도 빛을 향해 손을 뻗는 그 무엇이.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것을 볼 기회가, 그 너무도 일찍 빼앗긴 것이었습니다.

 

V-삼체의 제작자

연설을 마친 예원제는 단상에서 내려와, 한 인물과 짧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키가 큰 동양인 남자였습니다. 안경을 쓰고 있었고, 그의 자세에는 어떤 학자적 차분함이 있었습니다.

왕먀오는 옆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저분은 누구입니까. 답이 돌아왔습니다.

『판한(潘寒) 박사이십니다. 'V-삼체' 게임의 실제 제작자이지요. 한때 천체생물학을 연구하던 분이셨는데, 지금은 우리의 기술 부문을 총괄하고 계십니다.』

V-삼체의 제작자. 왕먀오는 그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습니다. 그가 마주한 그 모든 가상현실의 풍경. 주 문왕의 인간 컴퓨터, 묵자의 관측탑, 코페르니쿠스의 깨달음, 탈수된 시민들의 거대한 광장, 외계 화가의 그림. 그 모든 풍경이 바로 저 학자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판한은 게임을 만든 이유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고, 옆 사람이 왕먀오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추상에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외계 문명의 비극을 단지 글로 설명한다면, 누구도 그것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그 비극을 직접 체험하게 한다면, 사람들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자신들의 종족을 외계 문명에게 넘겨야만 하는 이유를. 그것은 단순한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의 확신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게임은 ETO의 신입 회원을 선발하는 도구였던 것입니다. 게임을 끝까지 마치고 그 안의 진실에 도달한 자들 중에서, 자신의 신념을 따라 결국 ETO의 일원이 될 자들을 선별하는 도구.

마지막 메시지

모임의 마지막 순서로, 한 가지 의식이 진행되었습니다.

거대한 스크린이 단상 뒤에서 펼쳐졌고, 그 위로 한 메시지가 천천히 흘러내렸습니다. 그것은 삼체 문명으로부터 직접 도착한 최신의 송신이었습니다.

『지구의 자녀들이여. 우리는 너희를 향해 가고 있다. 너희의 시간으로 약 450년 후, 우리의 함대가 너희의 하늘에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 너희는 우리를 위해 한 가지를 해야 한다. 너희의 과학을 멈추라. 우리가 도착했을 때, 너희가 우리보다 강해져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너희를 멸절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우리의 종속이 될 것이다. 너희 중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는, 우리가 결정할 것이다.

한 가지를 더 알려두마. 우리는 너희와 우리 사이에 거짓말이 없는 관계를 원한다. 그러므로 너희에게 한 가지 진실을 전한다.

너희들은 벌레다. 벌레다.

 

그러나 벌레는 결코 멸절된 적이 없다. 그것이 너희의 운명이다.』

그 메시지가 흘러내리는 동안, 그 자리에 모인 자들의 얼굴에는 다양한 반응이 떠올랐습니다. 구원파의 노학자들은 감격에 차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에게 이 메시지는 신의 음성이었습니다. 강림파의 일부는 차갑게 미소 지었습니다. 그들에게 인류가 '벌레'라 불리는 것은, 단지 자신들이 평소 생각하던 바를 외계 존재가 확인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왕먀오는 그 메시지를 보며 처음으로, 자신 안에서 어떤 분노가 자라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너희는 벌레다"

이 한 마디가 작품 1부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이 메시지는 삼체 문명이 인류에게 던지는 가장 솔직한 평가였습니다. 그들에게 인류는 동등한 협상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인류는, 단지 정복해야 할 행성 위에 우글거리는 작은 생명체였습니다. 곤충처럼.

이 모욕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것은 단순한 욕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삼체 문명이 인류와 자신들 사이에 그어 놓은 분명한 경계선이었습니다. 두 문명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한쪽이 다른 쪽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절대적 위계의 관계라는 것.

이 모욕을 들은 인류의 반응이, 작품 후반부에서 한 가지 결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사 다스, 즉 왕먀오의 동료 형사가 훗날 이 메시지를 들었을 때, 그는 차분히 답했습니다.

『벌레는 결코 멸절된 적이 없다고? 좋소. 그렇다면 우리는 벌레로서 싸우겠소.』

그러나 이 사 다스의 대응은 다음 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그 폐허 속의 모임에서, 왕먀오는 자신 안에서 처음으로 어떤 결심이 자라나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깨달음

왕먀오는 그 자리를 떠나기 전에 한 가지를 더 깨달았습니다.

이 모임에 모인 자들은, 결코 어리석은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그의 평생의 우상이었던 노학자들도 있었고, 그가 학회에서 마주쳤던 동료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매우 똑똑했고, 매우 진지했고, 매우 자신들의 신념에 충실한 자들이었습니다.

이것이 더 무서운 점이었습니다. 만일 ETO가 단지 광신자들과 정신병자들의 집단이었다면, 그것은 어렵지 않게 무력화할 수 있는 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ETO는 인류 중에서 가장 지적이고 가장 영적으로 깊은 자들 일부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여 그 결론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조직이었습니다.

이러한 적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그들의 신념을 어떻게 무너뜨려야 하는가. 아니, 어쩌면 그들의 신념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의 신념을 그대로 둔 채로, 그들의 행동만을 멈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사 다스가 왕먀오에게 부여한 임무의 진짜 어려움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첩보전이 아니라, 인류 내부의 가장 깊은 환멸과 절망에 대한 싸움이었습니다.

 

사 다스의 반응

다음 날 아침, 왕먀오는 사 다스에게 전날 밤의 모든 일을 보고했습니다. 그가 본 자들, 그가 들은 연설, 예원제의 모습, 판한 박사의 정체. 그리고 마지막에 흘러내린 그 메시지. '너희는 벌레다'.

사 다스는 평소처럼 시가를 깊이 빨면서 묵묵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보고가 끝났을 때, 그는 짧게 한 마디 했습니다.

『이놈들,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보았군. 그렇다면 우리는 그 만만함을 정확히 이용할 필요가 있겠어.』

왕먀오는 사 다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 다스의 눈빛에는, 어떤 거친 결단이 어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학자의 결단도 군인의 결단도 아닌, 한 평생을 인간의 어둠과 직면하며 살아온 한 형사의 결단이었습니다.

며칠 후, 사 다스는 왕먀오를 한 회의실로 다시 불렀습니다. 그곳에는 중국, 미국,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군 정보 책임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거대한 작전 계획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ETO의 본부, 즉 미국 대부호 마이클 에반스의 거대 유조선 'Second Homeland'를 급습하는 작전. 그리고 그 유조선 안에 보관되어 있다고 알려진, 삼체 문명으로부터의 모든 메시지 원본을 확보하는 작전.

작전명, '구쟁(古筝)'.

 

다음 회 예고

거대한 운하 위를 천천히 항해하는 한 유조선. 그 안에는 ETO의 본부가 있고, 마이클 에반스가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쏟아부어 운영하는 비밀 통신 시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유조선을 급습하지 않고 그 안의 모든 데이터를 확보할 방법은 무엇인가. 한 거친 형사 사 다스가 떠올린 기상천외한 작전이 펼쳐집니다. 다음 회에서는 '나노 비도(飞刀)'를 사용한 작전 '구쟁'의 전모와, 그 끝에서 인류가 마주하게 될 한 가지 진실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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