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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세 개의 태양 아래에서: 류츠신과 우주의 진실

삼체 : 제4회. 왕먀오와 카운트다운, 과학이 무너지는 순간

by 책으로떠나는여행 2026. 5. 30.

시간이 흘렀습니다. 예원제가 답신 버튼을 누른 1979년의 그 새벽으로부터, 어느덧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이제 작품의 무대는 21세기 초의 베이징으로 옮겨갑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알고 있다고 믿는 세계로.
 

한 통의 의문스러운 호출

2007년의 여름. 어느 평범한 아침이었습니다.
왕먀오(汪淼)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차를 마시며 그날의 일정을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마흔을 갓 넘은 그는 베이징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나노 재료 공학자였습니다. 그의 분야는 '나노 비도(飞刀)'라 불리는 신소재의 개발이었습니다.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의 십만 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그 어떤 것도 자를 수 있는 강도를 가진 실. 그것이 그의 연구 주제였습니다.
평범한 학자, 평범한 가장, 평범한 아침. 그러나 그날, 그의 연구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공안부의 호출이었습니다. 즉시 시내의 한 회의실로 와 주십시오. 사유는 묻지 마십시오.
왕먀오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자신은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어떤 사건에 휘말릴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호출은 단호했고, 거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도착한 회의실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중국 공안부의 관계자들, 군 정보 책임자들, 그리고 놀랍게도 미국,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군 정보기관 사람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회의의 분위기는 무거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거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 일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그 자리의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
그곳에서 왕먀오는 처음으로 한 인물과 마주합니다. 굵직한 체구에 무례한 말투, 비싼 가죽 재킷에 시가를 입에 문 한 형사. 그의 이름은 사 다스(史强), 동료들 사이에서는 '다스'로 불리는 인물이었습니다.
 

사 다스라는 인물

류츠신은 사 다스를 작품의 가장 중요한 조연 중 하나로 그려냅니다. 어떤 면에서 그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라 해도 좋습니다.
사 다스는 학자도 과학자도 아닙니다. 그는 마약 단속과 폭력 사건 수사를 전문으로 해 온 한 명의 거친 형사일 뿐입니다. 그의 말투는 거칠고, 그의 매너는 무례합니다. 회의 도중에도 그는 담배를 피우며 비스듬히 앉아 있고, 학자들의 정중한 토론을 시큰둥하게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이 거친 형사야말로, 인류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가장 빛나는 역할을 할 인물이라는 것을. 학자들이 추상적 사고와 도덕적 갈등 속에서 마비될 때, 사 다스는 직관과 행동으로 길을 열어 나갑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실용적 인간성'의 화신이며, 류츠신이 인류에게 부여한 가장 따뜻한 희망의 표상입니다.
이 첫 만남에서 사 다스는 왕먀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최근 학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느냐고. 왕먀오는 모른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사 다스는 한 장의 명단을 그의 앞에 던집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자살한 세계 각국의 이론물리학자 명단. 그 안에는 노벨상 수상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모두 비슷한 유서를 남겼습니다. '물리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 죽음의 무게

명단의 첫머리에 한 이름이 있었습니다. 양둥(杨冬).
왕먀오는 그 이름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중국 최고의 여성 이론물리학자로, 끈이론과 양자 중력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학자였습니다. 그녀가 두 달 전 베이징의 한 호숫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그는 어렴풋이 기억했습니다.
그녀의 유서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물리학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 그 자리의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절망의 표현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양둥은 그저 슬퍼서 죽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무엇인가를 본 것입니다. 그녀가 본 것이 그녀의 모든 신념을 무너뜨렸고, 그래서 그녀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 다스는 왕먀오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습니다. 학자들의 세계로 들어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거친 형사로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그 세계로.
특히 한 단체. '과학경계(科学边界)'라는 학술 단체가 있었습니다. 자살한 물리학자들 대부분이 이 단체의 회원이었습니다. 왕먀오의 임무는 그 단체에 잠입하여,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셔터 너머의 숫자

며칠 후, 왕먀오는 또 다른 의문스러운 일을 겪게 됩니다.
그는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베이징의 골목과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날도 그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평범한 셔터, 평범한 풍경.
그러나 집에 돌아와 사진을 현상했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모든 사진의 한가운데에, 하얀 숫자가 떠 있었습니다.

1200:00:00:00

처음에는 카메라의 결함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카메라로 찍어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필름 카메라, 휴대전화 카메라까지 모두. 그가 찍는 모든 사진의 한가운데에는 같은 숫자가 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천천히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1199시간 50분 23초. 1199시간 30분 12초. 1199시간 10분 5초. 카운트다운이었습니다.
 
왕먀오는 처음에는 이것을 어떤 정교한 장난, 혹은 자신의 정신적 이상이라 생각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 더 무서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숫자는 사진에만 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밤, 그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다시 그 숫자가 떠올랐습니다. 그의 눈꺼풀 안쪽에, 시야의 정중앙에, 형광으로 빛나는 그 카운트다운이.

1198:42:17:23

그가 눈을 떠도 그 숫자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시야의 한가운데에, 마치 그곳에 본래 있었던 것처럼 떠 있었습니다. 그가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그 숫자는 함께 움직였습니다.
자신의 망막에 그 숫자가 새겨진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망막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그의 시각 신경 자체에 직접 투사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가장 깊은 공포

이 장면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공포는, 어떤 SF의 공포와도 다른 것입니다.
대부분의 SF 공포는 외부에서 옵니다. 거대한 우주선이 도시 위에 떠 있는 것. 정체불명의 괴물이 인간을 사냥하는 것. 어디선가 정체불명의 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 그러나 이 모든 공포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외부의 사건'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류츠신이 그려내는 공포는 다릅니다. 그는 외부의 사건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인간 인식의 가장 깊은 곳을 침범합니다.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신뢰할 수 있는가. 자신의 망막조차 누군가에게 점령당한다면, 우리에게 안전한 영역이란 어디에 있는가.
이 카운트다운은 단순한 위협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가장 내밀한 영역, 즉 자기 자신의 감각 그 자체가 외부의 권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선언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의 시야에 직접 글을 쓸 수 있다면, 당신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의 주인이 아닙니다.
 

카운트다운을 멈추는 법

왕먀오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는 안과를 찾아갔습니다. 어떤 검사로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신경과를 찾아갔습니다. 그의 뇌는 완벽하게 정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시야에는 여전히 그 숫자가 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과학경계'의 한 학자, 신주(申玉菲)라는 일본계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왕먀오에게 짧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나노 재료 연구를 멈추십시오. 그러면 카운트다운도 멈출 것입니다.』

 
왕먀오는 처음에는 이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말투에는 어떤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잃을 것이 없는 상태였기에, 그는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그는 자신의 연구를 중단했습니다. 실험실에 가지 않았고, 어떤 데이터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카운트다운이 멈췄습니다.
처음에는 우연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그가 호기심에 다시 실험실에 가서 데이터를 살펴보기 시작하자, 카운트다운은 즉시 다시 작동했습니다. 그것도 그가 중단한 시점에서부터 정확히 이어서.
 

한 개인의 연구를 향한 우주적 위협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우리는 천천히 음미해야 합니다.
지구상의 어떤 존재가, 한 명의 평범한 과학자의 연구를 멈추기 위해, 인간의 시각 신경에 직접 글을 쓸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단지 그를 협박하기 위해서. 그의 나노 재료 연구를 멈추기 위해서.
왕먀오는 자신이 무엇인가 거대한 일에 휘말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나노 재료 연구가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절박하게 멈춰야 할 무엇이라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인간의 인식 자체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는 사 다스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사 다스는 시가를 길게 빨더니, 평소처럼 무뚝뚝하게 답했습니다.

『그놈들이 당신을 무서워하는 것 같소. 그렇다면 우리는 당신을 더 깊숙이 밀어 넣을 필요가 있겠군.』

 

양둥의 마지막 말, 다시

이 모든 사건의 한가운데에서, 왕먀오는 양둥의 마지막 말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물리학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는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인간의 시야에 직접 카운트다운을 새길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환각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양둥과 그 동료 물리학자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그들이 다루던 실험에서,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모든 신념을 무너뜨렸을까. 어떤 실험 결과가 그들을 자살로 몰아넣었을까.
왕먀오는 자신의 시야에 떠 있는 카운트다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깨달았습니다. 자신은 양둥이 보았던 그 무엇을, 이제 막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 끝에는, 양둥이 도달했던 그 절벽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신주의 의식

신주는 왕먀오에게 한 가지 기이한 요청을 했습니다. 자신의 집을 한 번 방문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호기심에 그가 그녀의 집을 찾아갔을 때, 그는 더욱 기이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신주의 거실 한가운데에는, 작은 정사각형의 명상실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 한 노승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습니다. 노승의 앞에는 작은 제단이 있었고, 그 위에 한 권의 책과 한 점의 향이 놓여 있었습니다.
신주는 왕먀오에게 설명했습니다. 자신은 이 노승을 후원하고 있다고. 노승의 임무는 어떤 한 가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라고. 그 어떤 한 가지란, '저들이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왕먀오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저들이 누구냐고. 신주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녀의 얼굴에 어떤 깊은 평화와 깊은 슬픔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이 짧은 장면은 작품 전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ETO의 일원인 신주는, 단순한 '배신자'가 아닙니다. 그녀에게 삼체인의 도래는 종교적 구원이었습니다. 인류라는 타락한 종족을 정화시켜 줄 신성한 존재의 강림이었습니다.
류츠신이 이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종족을 외계 문명에게 넘겨주려는 자들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악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그들은 종종 가장 지적이고, 가장 섬세하며, 가장 영적으로 깊은 인간들입니다. 그들의 배신은 이익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신념을 위한 배신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더 깊고, 더 멈출 수 없습니다.
 

한 권의 게임 디스크

그 만남이 끝나갈 무렵, 신주는 왕먀오에게 한 장의 디스크를 건넸습니다. 한 가상현실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을 해 보십시오. 당신이 무엇과 마주하고 있는지, 게임이 알려줄 것입니다.』

 
디스크의 표지에는 단순한 제목 하나가 적혀 있었습니다.
『三体』
삼체.
왕먀오는 그 디스크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신의 시야에는 여전히 카운트다운이 흐르고 있었고, 그의 마음속에는 점점 더 깊어지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그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그 게임에 접속했습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세 개의 태양이 떠 있는 한 황량한 행성이었습니다.
 

다음 회 예고

『삼체』라는 이름의 가상현실 게임. 그 안에서 왕먀오는 한 행성에 도착합니다. 그곳에는 세 개의 태양이 불규칙하게 떠오르고 지며, 문명은 끊임없이 멸망하고 부활합니다. 게임 속의 NPC들은 자신을 주(周) 문왕, 묵자,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이라 소개합니다. 그들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는 단 하나, 세 개의 태양의 운동을 예측하는 것. 다음 회에서는 이 기묘한 게임의 풍경을 함께 들여다보며, 그것이 단순한 가상현실이 아니라 4광년 너머 실재하는 한 문명의 역사를 충실히 재현한 것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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