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여름의 베이징, 칭화대학교 운동장.
태양은 머리 위에서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단상 위에는 안경을 쓴 중년의 물리학자 한 사람이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예저타이(叶哲泰). 칭화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자, 중국에서 손꼽히는 이론물리학자였습니다.
단상 아래 군중 속에는 그의 딸 예원제(叶文洁)가 서 있었습니다. 스무 살의 그녀는 군중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끌려와 있었습니다. 그녀가 본 것은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가죽 벨트를 휘두르는 네 명의 홍위병 소녀들이었습니다. 모두 열대여섯밖에 되지 않은, 아직 어린 소녀들이었습니다.
『상대성이론에는 우주 상수가 들어 있다. 이는 너의 부르주아적 관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소녀들은 외쳤습니다. 예저타이는 고개를 들고 조용히 답했습니다. 우주 상수는 부르주아의 것도, 프롤레타리아의 것도 아니라고. 그것은 단지 자연이 그렇게 있을 뿐이라고.
그 대답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벨트가 그의 관자놀이를 때렸을 때, 예저타이는 단상 위에서 천천히 쓰러졌습니다. 군중 속의 예원제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 모든 광경을 두 눈에 새기는 일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피가 시멘트 바닥에 천천히 번지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영원히 죽어 가는 것을.
그날 이후, 예원제의 세계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었습니다.
류츠신은 『삼체』의 첫 장면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 중국어 원전에서는 이 문화대혁명 장면이 책의 중간 부분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어판을 번역한 켄 리우(刘宇昆)는 류츠신과 상의 끝에, 이 장면을 책의 맨 앞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 장면을 모르고서는 예원제라는 인물을, 그리고 그녀가 훗날 내릴 어떤 결정을 결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이 인류 전체에 대해 절망하기까지, 무엇이 필요할까요. 어쩌면 그것은 거대한 전쟁이나 학살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한 사람이, 가장 비이성적인 광기 앞에서 무참히 부서지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는 것. 그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예원제에게 1967년의 그 여름은 바로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류츠신(刘慈欣)이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산시성 양취안(阳泉)의 한 발전소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던 평범한 기술자였습니다. 낮에는 발전소 제어실의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밤에는 우주에 관한 소설을 썼습니다.
그가 작품의 시작점으로 문화대혁명을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것은 류츠신 자신의 세대가 통과해 온 시대였습니다. 1963년생인 류츠신은 어린 시절을 문혁의 그림자 속에서 보냈고, 그의 가족 역시 그 시대의 풍랑을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외계 문명과의 첫 접촉이라는 SF의 고전적 설정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기 위해서는, 그 신호를 보내는 인간이 인류에 대해 깊은 절망을 품고 있어야 했다고. 그리고 그런 절망이 가장 자연스럽게 잉태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바로 중국의 1960년대였다고.
아버지를 잃은 예원제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그녀는 결국 내몽골과 헤이룽장성 접경의 대흥안령(大兴安岭) 산맥 깊은 곳, 한 군사 기지로 보내집니다. 코드명 '홍안(红岸)', 우리말로 '붉은 강기슭'이라는 뜻의 그 기지에는, 산봉우리를 통째로 깎아 만든 거대한 안테나가 하나 서 있었습니다.
기지의 공식적인 임무는 적국의 통신을 감청하는 것이라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위장이었습니다. 홍안 기지의 진짜 임무는, 우주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것. 다시 말해, 외계 문명을 찾는 일이었습니다.이 시점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야 합니다. 1970년대 초의 중국에서, 가난과 정치적 광기에 짓눌린 그 나라에서, 누군가가 우주를 향해 외계인을 찾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 이 설정 자체가 이미 류츠신 특유의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가장 폐쇄적인 시대의 가장 깊은 산속에, 우주를 향해 열린 거대한 귀 하나가 서 있었던 것입니다.

홍안 기지에서 예원제는 천천히 한 가지 깨달음에 도달합니다. 인류는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종족이라는 깨달음. 그녀의 아버지를 죽인 것은 어떤 외부의 적이 아니라, 같은 인간들이었습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핏줄을 나눈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아닐까. 인류 스스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매듭을, 더 높은 지성이 풀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위험한 생각이 그녀의 마음속에 자라나기 시작했을 때, 1971년의 어느 새벽이 찾아왔습니다.
태양 활동이 극대화된 그날, 예원제는 한 가지 대담한 실험을 시도합니다. 태양을 일종의 전파 증폭기로 사용하여, 인류의 가장 깊은 메시지를 우주 저편으로 송출하는 실험이었습니다. 그녀는 신호를 발사했고, 그 신호는 태양에 부딪혀 수억 배로 증폭된 채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8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1979년의 어느 날, 홍안 기지의 수신 장치가 갑자기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4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로부터 누군가가 응답을 보내온 것입니다.
『이 메시지에 답하지 마시오! 답하지 마시오!! 답하지 마시오!!!』
『나는 이 세계의 평화주의자다. 내가 처음으로 당신들의 메시지를 받은 것은 행운이다. 경고한다. 답하지 마시오. 답하면, 우리는 갈 것이다. 당신들의 세계는 정복될 것이다.』
수신 장치 앞에 홀로 앉아 그 메시지를 읽은 사람은, 예원제 단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습니다. 이 신호의 존재를 상부에 보고하는 것. 그리고 영원히 침묵하게 만드는 것.
그러나 그녀는 세 번째 선택을 했습니다.
다음 회 예고
답신 버튼 위에 놓인 예원제의 손가락. 그녀는 무엇이라 답했을까요. 그리고 4광년 너머, 세 개의 태양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던 한 문명은, 그 답신을 받은 순간 무엇을 보았을까요. 다음 회에서는 예원제의 운명적 답신과, 훗날 'ETO(지구삼체조직)'라 불리게 될 비밀 결사의 기원을 따라가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처음으로, 삼체 문명의 본모습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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