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환멸 속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성장기
20세기 영국 문학의 거장이 그린 치열한 자아 탐색의 여정
작가의 삶
『인간의 굴레』는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방황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쓴 서머셋 모옴(W. Somerset Maugham, 1874~1965)은 영국 파리 대사관 법률 고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비극으로 점철되었다. 여덟 살에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었고, 열 살에는 아버지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아가 된 모옴은 영국의 냉담한 삼촌에게 맡겨졌다.
설상가상으로 모옴은 선천적으로 심한 말더듬이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은 그를 놀렸고, 그는 책 속으로 도피했다. 삼촌은 그를 목사로 만들려 했지만, 모옴은 독일 유학을 고집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그는 철학을 공부하며 쇼펜하우어와 스피노자를 읽었고, 삶과 예술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모옴은 의학을 공부했다. 런던의 빈민가 병원에서 산부인과 실습을 하며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의 진짜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스물세 살에 첫 소설을 출간했지만 실패했고, 그는 10년 동안 가난과 무명 속에서 글을 썼다. 희곡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자전적 소설을 쓰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1915년, 40세의 모옴은 『인간의 굴레』를 출간했다. 이 작품에는 그의 고아 시절, 말더듬증 대신 주인공에게 준 절름발이, 종교에 대한 회의, 예술에 대한 열정, 그리고 파괴적인 사랑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옴은 평생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으로 고통받았고, 두 번의 결혼 모두 실패했다. 그는 자유를 갈망했지만 사회의 관습과 자신의 욕망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굴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명작 비하인드
네 번째 시도 끝에 완성된 자전적 걸작
모옴은 『인간의 굴레』를 쓰기 위해 세 번이나 실패했다. 첫 번째 시도는 스물세 살 때였고, 두 번째는 삼십 대 초반, 세 번째는 삼십 대 후반이었다. 매번 그는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쓰려 했지만, 너무 가깝고 너무 아파서 제대로 쓸 수 없었다. 그는 거리를 두어야 했다.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내 40세가 되어서야 그는 이 소설을 완성했다. 제목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는 스피노자의 『에티카』 4부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스피노자는 인간이 감정과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에 대해 논했고, 모옴은 이를 자신의 소설에 적용했다.
출간 당시 비평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어떤 이들은 "너무 우울하고 비관적"이라고 비판했고, 어떤 이들은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열광했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젊은 세대는 필립 캐리의 방황과 환멸 속에서 자신들을 발견했다. 이 소설은 모옴의 대표작이 되었고, 20세기 영국 문학의 중요한 성장소설로 자리 잡았다.
흥미롭게도 모옴 자신은 이 소설을 쓴 후 "이제 그 짐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상처와 화해했고,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그 후로 그는 60년을 더 살며 수많은 작품을 썼지만, 『인간의 굴레』만큼 절실하고 개인적인 작품은 다시 쓰지 않았다.
줄거리
1막. 어린 시절의 상실
아홉 살 소년 필립 캐리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선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발이 기형이어서 절뚝거린다. 어머니만이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는데, 이제 그녀도 없다. 필립은 켄트의 작은 마을에 사는 삼촌, 윌리엄 캐리 목사에게 맡겨진다.
삼촌의 집은 차갑고 엄격하다. 숙모는 친절하려 애쓰지만 자식 없이 살아온 그녀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다. 필립은 외롭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그의 절름발이를 놀린다. "절뚝발이! 절뚝발이!" 필립은 신께 기도한다. "제발 제 발을 낫게 해주세요." 하지만 아침이 되어도 발은 그대로다. 그날 필립은 신을 믿지 않기로 결심한다.
2막. 청년기의 방황
열여덟 살, 필립은 삼촌의 기대를 저버리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철학과 예술을 공부하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특히 미국인 시인 헤이워드와 친구가 되어 밤새 삶과 예술에 대해 토론한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런던으로 돌아온 필립은 회계사무소에서 일하지만 적응하지 못한다. 그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파리로 떠난다. 몽파르나스의 허름한 화실에서 그는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예술가의 삶을 맛본다. 하지만 2년 후, 필립은 냉혹한 진실을 깨닫는다. 자신에게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나는 2류 화가밖에 될 수 없어." 스페인에서 만난 냉소적인 작가 크론쇼의 말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지. 그걸 받아들이는 게 지혜야."
3막. 파괴적인 사랑
스물다섯 살, 필립은 파리에서 돌아와 런던의 의과대학에 입학한다. 어느 날 그는 싸구려 찻집에서 밀드레드라는 웨이트리스를 만난다. 그녀는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고, 교양도 없으며, 목소리도 거슬린다. 하지만 필립은 그녀에게 미친 듯이 빠져든다.
밀드레드는 필립을 무시한다. 필립이 데이트를 신청하면 거절하고, 다른 남자들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냉대가 필립의 열정을 더욱 부채질한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고통받으면서도 그녀를 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밀드레드가 말한다. "알아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필립이 대답한다.
밀드레드는 다른 남자와 도망가고, 필립은 절망한다. 그러다 다정한 소설가 지망생 노라를 만나 짧은 평화를 누린다. 하지만 밀드레드가 임신한 채 버림받고 돌아오자, 필립은 노라를 버리고 밀드레드를 돌본다.
밀드레드는 필립의 돈을 쓰고, 그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고, 그가 아끼던 물건들을 부수고 떠난다. 필립은 파괴당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한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다. 이것은 집착이고, 병이고, 굴레다.
4막. 추락과 깨달음
필립은 학업도, 돈도, 희망도 모두 잃는다. 삼촌에게서 받던 약간의 보조금도 끊긴다. 그는 일자리를 찾아 헤매지만 절름발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한다. 마침내 그는 빈민가로 추락한다. 굶주리고, 추위에 떨고, 절망한다.
가장 밑바닥에서 필립은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나 백화점 일자리를 얻는다. 그곳에서 그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깨닫는다. 자신만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각자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삼촌이 죽고 필립은 약간의 유산을 받는다. 그는 의학 공부를 마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병원 실습 중에 샐리라는 소녀를 만난다. 그녀는 밀드레드와 정반대다. 건강하고, 솔직하고, 따뜻하다. 특별히 똑똑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그녀는 진실하다.
5막. 페르시아 융단의 비유
어느 날 필립은 친구 크론쇼가 남긴 페르시아 융단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삶은 페르시아 융단과 같다네. 사람들은 그 안에서 무늬를 찾으려 하지. 사랑, 명예, 부... 하지만 진실은 이거야. 거기엔 아무 무늬도 없어. 삶에는 의미가 없다네."
처음에 필립은 이 말에 절망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다르게 이해한다. 삶에 의미가 없다면, 자신이 의미를 만들면 된다. 페르시아 융단의 무늬를 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필립은 깨닫는다. 그가 평생 찾아 헤맨 것—예술, 사랑, 자유—은 모두 환상이었다. 그는 위대한 화가가 될 수 없고, 밀드레드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없었으며, 삶의 의미는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것을 받아들일 때, 그는 자유로워진다.
"나는 더 이상 굴레에 매여 있지 않아." 필립은 생각한다. 열정도 굴레였고, 야망도 굴레였고, 심지어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도 굴레였다. 이제 그는 그 모든 것에서 해방된다.
에필로그
필립은 샐리에게 청혼한다. 그녀는 밀드레드처럼 그를 미치게 만들지 않는다. 그것이 좋다. 그는 더 이상 열정과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평범한 행복을 원한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샐리가 묻는다. "사랑해요." 필립이 대답한다. 그리고 그것은 진실이다. 밀드레드에 대한 집착이 아닌, 진정한 애정이다.
필립은 시골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위대한 삶은 아니다. 평범한 삶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선택한 무늬다. 그의 페르시아 융단의 무늬.
그는 거리를 걸으며 생각한다. 자신의 절름발이도, 잃어버린 시간도, 고통받은 사랑도 모두 그를 지금의 자신으로 만들었다. 후회는 없다. 그것이 그의 삶이었고, 이제 그는 자유롭다.
『인간의 굴레』는 성장의 고통과 환멸에 대한 잔인할 만큼 정직한 이야기다. 서머셋 모옴은 이 작품을 통해 말한다. 우리는 열정, 야망, 사랑이라는 굴레에 묶여 고통받는다고. 하지만 그 굴레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역설적으로 우리는 자유로워진다고. 삶에는 미리 정해진 의미가 없지만,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 수 있다고. 필립 캐리가 마침내 도달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수용이었고, 그 수용이야말로 진정한 성숙이었다. 모옴 자신이 이 소설을 쓰며 과거와 화해했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의 상처와 화해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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