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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세계문학 들여다 보기

레프 톨스토이『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by 책으로떠나는여행 2025. 10. 9.

천사가 인간 세상에서 발견한 사랑의 진리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 전하는 따뜻한 우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작가의 삶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천사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을 쓴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 1828~1910)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같은 대작으로 세계 문학사에 우뚝 선 러시아의 거장이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넓은 영지를 소유했던 그는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했지만, 점차 삶의 의미를 찾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톨스토이는 50세가 넘어서 정신적 위기를 겪었다. 명예와 부를 모두 가졌지만 공허함을 느꼈고, "내가 왜 사는가?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 자살까지 생각했다. 이 시기에 그는 성서를 다시 읽고, 농민들의 소박한 삶에서 진리를 발견했다. 그는 재산을 포기하고, 육체노동을 하며, 금욕적인 삶을 추구했다. 귀족이었던 아내와의 갈등은 깊어졌고, 말년에는 집을 떠나 기차역에서 숨을 거두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가 종교적·철학적 각성을 경험한 후 쓴 민화 연작 중 하나다. 그는 복잡한 심리 묘사와 방대한 서사 대신, 단순하고 명료한 우화의 형식을 빌려 삶의 본질적인 진리를 전하고자 했다. 이 작품에는 물질적 풍요보다 사랑과 나눔이 중요하다는, 그가 농민들의 삶에서 배운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명작 비하인드

민중을 위한 단순한 이야기로 돌아가다

톨스토이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놀랐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대작들을 써온 그가 왜 갑자기 짧고 단순한 민화를 쓰게 된 것일까? 톨스토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러시아의 모든 사람들, 특히 가난한 농민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 복잡한 문장과 심리 묘사는 교육받은 귀족들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진리는 단순해야 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톨스토이는 1880년대에 '중개인(Посредник)'이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값싼 가격에 민중을 위한 책들을 출판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도 이 시리즈의 일부로, 몇 코페이카면 살 수 있었다. 그는 저작권료도 받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전파하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러시아 민담의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성경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다. 톨스토이는 기독교의 핵심을 "사랑"이라고 믿었고, 형식적인 종교 의식보다 실천적인 사랑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교회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파문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이 짧은 우화를 통해 사랑의 힘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했다.

줄거리

추운 겨울날,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은 무두질한 가죽을 사러 마을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다. 빚을 받으러 갔지만 채무자는 돈을 주지 않았고, 시몬은 가죽도 사지 못했다. 게다가 그가 가진 작은 돈마저 술집에서 써버렸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 마트료나가 뭐라고 할지 걱정이다. 겨울 코트도 없이 추위에 떨며 걷는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마을 예배당을 지나칠 때, 시몬은 교회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벌거벗은 남자를 발견한다. 그 남자는 젊고 건강해 보이지만, 옷 한 벌 걸치지 않은 채 얼어 죽기 직전이다. 시몬은 처음에는 지나치려 한다. 자신도 가난하고 추운데 남을 도울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몇 걸음 걷다가 발걸음을 멈춘다. '저 사람을 그냥 두면 죽을 것이다. 그것이 과연 옳은가?'
시몬은 돌아가서 자신이 입고 있던 낡은 외투를 벗어 그 남자에게 입힌다. "일어나게, 함께 우리 집으로 가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시몬을 따라온다. 그의 눈빛은 신비롭고,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집에 도착하자 아내 마트료나는 격분한다. "돈도 가죽도 없이 빈손으로 왔을 뿐 아니라 거지까지 데려왔어요? 우리 먹을 빵도 없는데!" 하지만 낯선 남자를 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이 누그러진다. 그 남자의 눈에서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마트료나는 남편의 낡은 셔츠와 바지를 꺼내주고, 마지막 남은 빵과 수프를 내온다.
남자는 미하일이라고 이름을 밝힌다. 그는 말이 거의 없지만, 일은 놀랍도록 잘한다. 시몬이 구두 수선 기술을 가르쳐주자 금방 배워서 마을 최고의 구두장이보다 더 훌륭한 구두를 만든다. 덕분에 시몬의 가게는 번창하고, 가난했던 그들의 삶은 점점 나아진다. 미하일은 조용히 일하며 6년을 시몬의 집에서 지낸다. 그는 좀처럼 웃지 않지만, 언제나 온화하고 정직하다.
어느 날, 부유한 신사가 찾아온다. 그는 으리으리한 옷을 입고 거만한 태도로 말한다. "나는 1년 동안 찢어지지 않을 튼튼한 장화를 만들어달라. 내가 죽기 전까지 신을 수 있는 장화를 만들 수 있겠나?" 시몬이 장화 치수를 재는 동안, 미하일은 그 신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갑자기 미소 짓는다. 처음으로 보는 미소였다.
신사가 돌아간 후 시몬이 묻는다. "왜 그 사람을 그렇게 바라봤나? 그리고 왜 미소 지었나?" 미하일은 대답하지 않고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시몬은 튼튼한 장화를 만들라고 했는데, 미하일은 가벼운 실내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몬이 놀라 말하려는 순간, 심부름꾼이 달려온다. "주인님이 마차에서 내리다가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셨습니다. 장화 대신 수의용 실내화를 만들어주십시오."
시몬과 마트료나는 충격을 받는다. 미하일은 어떻게 그 사람이 곧 죽을 것을 알았을까?
몇 년 후, 한 부인이 두 어린 딸을 데리고 온다. 쌍둥이 소녀들은 건강하고 예쁘다. 부인이 아이들 신발을 주문하는 동안, 마트료나가 묻는다. "두 딸이 참 예쁘네요. 부인의 자식들인가요?" 부인이 대답한다. "아니에요. 이 아이들은 제 자식이 아니에요."
부인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6년 전, 그녀는 남편과 함께 밭일을 하러 갔다가 이웃집에 들렀다. 그 집 젊은 아내가 아기를 낳다가 죽어 있었고, 이 쌍둥이들이 어머니의 시신 옆에 누워 울고 있었다. 아무도 이 아이들을 키우려 하지 않았다. 부인은 자식이 없었기에 이 아이들을 데려와 키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 아이들이 살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하지만 하느님께서 도와주셨죠. 지금은 제 목숨보다 소중합니다."
미하일이 다시 미소 짓는다. 이번에는 얼굴 전체가 환하게 빛난다. 부인과 아이들이 떠나자, 미하일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시몬과 마트료나는 두려움에 떤다.
미하일이 말한다. "놀라지 마십시오. 나는 천사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인간 세상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미하일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한 여인의 영혼을 데려가라는 명을 받았다. 그 여인은 쌍둥이를 낳다가 죽어가고 있었는데, 죽기 직전에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나이까?" 미하일은 그 여인의 기도를 듣고 연민을 느꼈다. 그는 하느님께 말씀드렸다. "이 여인의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습니다."
하느님은 대답하셨다. "너는 세 가지 진리를 배워야 한다.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를. 네가 이것을 배울 때까지 인간 세상에서 살아라."
미하일은 천사의 모습을 잃고 벌거벗은 채 땅에 내려앉았다. 그때 시몬이 지나갔다. 미하일은 그 사람의 마음을 보았다. 처음에는 자기 걱정만 했지만, 곧 사랑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낯선 이를 돕기로 결심했다. 그때 미하일은 첫 번째 진리를 배웠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
부유한 신사가 1년 동안 신을 장화를 주문했을 때, 미하일은 그의 등 뒤에서 죽음의 천사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은 자신이 하루도 더 살지 못할 것을 몰랐다. 그때 미하일은 두 번째 진리를 배웠다.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쌍둥이 아이들과 그들을 키운 부인을 보았다. 어머니는 죽었지만, 하느님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을 심어 아이들이 살아남게 하셨다. 그때 미하일은 세 번째 진리를 배웠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하느님께서 제게 가르쳐주신 것은 이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한 배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사람 안에 사랑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살아 있고, 사랑이 있기 때문에 하느님이 존재하시는 것입니다."
말을 마치자 미하일의 몸에서 더욱 밝은 빛이 나고, 그는 하늘로 올라간다. 시몬과 마트료나는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들이 벌거벗은 낯선 이를 도왔을 때, 그들은 하느님을 맞이한 것이었고, 그 순간부터 그들의 삶에 축복이 함께했다는 것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담은 우화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한다. 재산이나 권력이 아니라 사랑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고.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서로를 돌보고 나눌 때 비로소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이라고.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따뜻한 마음이 천사를 감동시켰듯이, 일상 속 작은 사랑의 행위가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을. 톨스토이가 농민들의 삶에서 배운 이 단순하고도 위대한 진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으로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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