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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세계문학 들여다 보기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by 책으로떠나는여행 2025. 10. 5.

황량한 들판 위에서 타오른 파괴적 사랑

황량한 들판 위에서 타오른 파괴적 사랑
영국 문학사상 가장 격렬하고 어두운 러브스토리 『폭풍의 언덕』

작가의 삶

『폭풍의 언덕』은 사랑과 복수, 열정과 광기가 뒤엉킨 한 남자의 처절한 집착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쓴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 1818~1848)는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의 여동생으로, 짧은 생애 동안 요크셔의 황무지를 벗어나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목사인 아버지와 다섯 남매는 황량한 하워스 마을의 외딴 사택에서 살았는데, 집 뒤편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황야가 있었다. 그곳은 폭풍이 휘몰아치고 안개가 자욱하며 겨울이면 눈보라가 사납게 몰아치는 곳이었다.

에밀리는 극도로 내성적이고 고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황무지를 홀로 걸으며 자연의 거친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언니 샬럿과 함께 브뤼셀 유학을 떠났을 때도 향수병으로 고통받다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녀에게 하워스의 황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의 전부였고, 영혼의 일부였다.

에밀리는 1847년 『폭풍의 언덕』을 엘리스 벨(Ellis Bell)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출간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당시 너무나 파격적이고 잔혹하다는 평을 들으며 혹독한 비평을 받았다. 출간 1년 후인 1848년, 에밀리는 남동생 브랜웰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감기에 걸렸고, 치료를 거부한 채 불과 석 달 만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나이 서른이었다. 죽음을 앞두고도 그녀는 황야를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집 밖 출입을 거부했다고 한다. 『폭풍의 언덕』은 그녀가 남긴 단 하나의 소설이었지만, 이후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독특하고 강렬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되었다.

명작 비하인드

너무 어둡고 잔인해서 외면받은 걸작

『폭풍의 언덕』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비평가들은 이 소설을 혹평했다. "너무 야만적이고 잔인하다",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불쾌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당시 독자들은 온화하고 도덕적인 여주인공과 신사다운 남주인공이 등장하는 로맨스에 익숙했는데,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는 복수에 미쳐 타인을 파멸시키는 악마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에밀리가 왜 이토록 어둡고 파괴적인 사랑 이야기를 썼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다. 어떤 이들은 그녀가 목격한 남동생 브랜웰의 파멸적인 삶이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고립된 환경에서 자란 그녀의 내면에 잠재된 격렬한 감정이 분출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분명한 것은 에밀리 브론테가 당시의 관습적인 로맨스를 거부하고, 인간 내면의 가장 원초적이고 파괴적인 열정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그녀는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았다. 대신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고, 파괴하고, 집착하게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줄거리

1801년, 런던에서 온 세입자 록우드는 요크셔의 황량한 황무지에 자리한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라는 저택을 빌린다. 어느 날 그는 집주인 히스클리프가 사는 '폭풍의 언덕'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그는 무뚝뚝하고 적대적인 히스클리프와 냉담하고 거친 젊은 부인을 만난다. 눈보라에 갇혀 하룻밤을 머물게 된 록우드는 낡은 침실에서 캐서린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책들과 유령 같은 환영을 경험한다.

이상한 경험을 한 록우드는 가정부 넬리 딘에게 이 집안의 내력을 듣게 되고,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30여 년에 걸친 비극적인 사랑과 복수의 연대기가 펼쳐진다.

옛날 폭풍의 언덕에는 언쇼 가문이 살고 있었다. 언쇼 노인에게는 힌들리와 캐서린이라는 남매가 있었다. 어느 날 언쇼 씨가 리버풀에서 집시 소년을 데려온다. 이름도 없던 그 소년에게 언쇼 씨는 죽은 아들의 이름인 '히스클리프'를 지어준다. 캐서린은 거친 이 소년과 급속히 가까워져 황무지를 함께 뛰어다니며 야생의 친구가 된다. 하지만 힌들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긴 것에 분노하며 히스클리프를 증오한다.

언쇼 씨가 죽자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하인으로 전락시키며 학대한다. 하지만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유대는 더욱 깊어진다. 둘은 영혼의 반쪽처럼 서로를 이해했고, 황무지를 함께 달리며 거친 자유를 만끽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근처의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몰래 들어갔다가 들킨다. 그곳의 주인 린튼 가문은 교양 있고 부유한 집안이었다. 캐서린은 개에게 물려 그곳에 머물게 되고, 그동안 그들의 세련된 생활 방식에 매혹된다. 특히 잘생기고 온화한 에드거 린튼에게 끌린다. 히스클리프는 초라한 모습으로 쫓겨나고, 이때부터 그의 마음속에 열등감과 분노가 싹튼다.

캐서린은 점점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한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영혼이고 본질이지만, 에드거는 안정과 품위를 제공한다. 결국 캐서린은 넬리에게 말한다.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는 건 나를 비천하게 만들 거예요. 하지만 에드거 린튼과 결혼하면 히스클리프를 도울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녀는 고백한다. "내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는 건 그가 나보다 나 자신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나고, 나는 히스클리프예요!"

하지만 히스클리프는 그녀가 에드거와 결혼하겠다는 말만 듣고는 폭풍의 언덕을 떠나버린다. 그의 마음속에는 배신감과 함께 무서운 복수심이 자리 잡는다.

3년 후, 캐서린이 에드거와 결혼하여 쓰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정착한 뒤, 히스클리프가 돌아온다. 그는 어디선가 돈을 벌어 신사가 되어 나타났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고 잔인하다. 캐서린을 다시 만난 히스클리프는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지만, 이미 그녀는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다.

히스클리프는 치밀한 복수를 시작한다. 그는 도박으로 힌들리를 파멸시키고 폭풍의 언덕을 차지한다. 에드거의 여동생 이자벨라를 유혹해 결혼하지만 그녀를 학대한다. 캐서린은 두 남자 사이에서 심한 정신적 혼란에 빠지고, 결국 딸을 낳다가 죽고 만다. 임종 직전 히스클리프와 마지막으로 만난 캐서린은 그의 품에 안겨 말한다. "당신이 날 죽인 거예요,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는 절규한다. "네가 날 버렸잖아! 그러니까 나도 내 자신을 버렸어!"

캐서린이 죽은 후에도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계속된다. 그는 힌들리의 아들 헤어턴을 무지하고 거친 하인으로 키우고, 자신의 아들 린튼을 이용해 캐서린의 딸 캐시와 강제로 결혼시킨다. 모든 재산을 차지하고 두 집안을 완전히 파멸시키는 것, 그것이 그의 목표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젊은 캐시와 헤어턴이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 것이다. 둘은 마치 옛날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처럼 조금씩 가까워진다. 히스클리프는 그들을 보며 죽은 캐서린의 모습을 떠올린다.

복수를 완성한 히스클리프는 점점 식음을 전폐하고 황무지를 헤맨다. 그는 캐서린의 유령을 보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캐시, 어서 와! 오랫동안 기다렸어!" 마침내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침실에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죽은 채 발견된다. 그의 얼굴에는 기이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록우드가 다시 폭풍의 언덕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는 평화가 찾아와 있었다. 캐시와 헤어턴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황무지 위 교회 묘지에는 에드거, 캐서린, 히스클리프의 무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밤이면 히스클리프와 한 여인이 함께 황무지를 걷는 모습을 본다고 수군거렸다.

『폭풍의 언덕』은 사랑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집착이 어떻게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것도—죽음조차도—진정한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것은 폭풍처럼 격렬하고, 황무지처럼 황량하고, 광기처럼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무엇보다 진실했고, 그 무엇보다 영원했다. 에밀리 브론테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한다. 진정한 사랑은 영혼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불꽃이며, 그것은 때로 우리를 태워버릴지라도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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