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버린 대저택의 비밀 속에서 피어난 사랑
불타버린 대저택의 비밀 속에서 피어난 사랑
영국 최초의 여성 성장소설 『제인 에어』작가의 삶
작가의 삶
『제인 에어』는 한 여성이 시련을 겪고 성장하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쓴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 1816~1855)도 주인공 제인 에어처럼 시련이 끊이지 않는 삶을 살았다. 그녀는 평생 죽음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야 했는데 다섯 살에 어머니를, 열 살에 두 언니를 잃었다. 26세 때는 어머니 같은 이모를, 32세에는 남동생 브랜웰과 여동생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작가)를, 33세에는 여동생 앤 브론테(소설가)를 잃어야 했다. 특히 직업도 없이 평생 탈선을 일삼더니 아편 중독자가 되어 나타나 끝내 폐병으로 죽고 말았던 남동생은 그녀 생의 굴레였다.
샬럿은 어릴 적 자매들과 함께 엄격하고 열악한 환경의 기숙학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영양실조와 폐렴으로 두 언니를 떠나보낸 것이 이때였다. 또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학교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만난 에제 교수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기혼자인 그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제인 에어』에는 기숙학교에서의 경험과 젊은 시절 실패로 끝난 그녀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명작 비하인드
남자 이름으로 출판사에 작품을 보낸 이유
샬럿 브론테는 이 소설을 발표할 때 커러 벨(Currer Bell)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출판사에 보냈다고 한다. 그녀는 왜 남자 이름으로 자신의 소설을 발표한 것일까? 시인 로버트 사우디에게 자작시를 보냈다가 "문학이란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던 그녀로서 당시 영국 귀족 사회의 보수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은 여성의 재능이나 개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출간 후 실제 투고자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 사회는 크게 놀랐고, 이 책의 인기는 더욱 상승하였다고 한다.
줄거리
부모를 잃고 외삼촌 집에 맡겨진 소녀, 제인 에어는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해 숙모와 사촌들의 냉대를 받으며 성장한다. 외삼촌마저 죽자 숙모는 귀찮은 혹을 떨치듯 그녀를 로우드 기숙학교에 보내버린다.
제인은 부푼 꿈을 안고 기숙학교에 들어가지만 그곳은 너무나 형편없었다. 폭력적인 교사들과 열악한 시설, 감옥 같은 로우드 기숙학교에서도 우정은 피어난다. 그러나 친구 헬렌은 교장의 학대와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폐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제인은 악조건 속에서도 단단하게 버텨냈고 졸업 후에도 2년 동안 그곳에서 조수로 지낸다.
로우드를 떠나 일자리를 얻어야 했던 제인 에어는 광고를 보고 손필드라는 대저택에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이곳에는 자주 집을 비우는 명문 부호 로체스터와 그의 딸 아델이 살고 있었는데, 그녀가 도착했을 때 저택의 주인은 장기간 출타 중이었다. 가정부도 따뜻하게 대해주고 아델도 잘 따라주어 제인은 모처럼 평안한 날들을 보낸다.
10월, 11월, 12월이 가고 1월의 어느 날 오후, 그녀는 손필드에서 1마일쯤 떨어진 들길을 걷는다. 그때 건너편에서 말을 타고 오던 중년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제인과 엇갈리는 듯하더니 미끄러지며 넘어진다. 제인이 다가가 발목이 불편한 그를 부축하는데, 그가 바로 저택의 주인인 로체스터였다. 그것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그는 침울한 인상에 냉소적이었고, 키도 작고 인물이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제인 에어는 그의 눈에서 외로움을 발견하고 인품이 깊고 말이 적은 그에게 존경과 사랑을 느낀다.
그런 로체스터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그것이 이 대저택의 비밀이자, 독자들로 하여금 스릴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된다. 제인 에어는 그 비밀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로체스터에 대한 관심을 키워간다. 로체스터 역시 주관이 뚜렷하고 영리한 그녀에게 이끌린다. 2주 이상 저택에 머무는 일이 없다고 했던 그가 제인이 온 후로는 8주나 머물렀던 것이다.
어느 날 밤, 악마의 웃음소리 같은 것을 듣고 일어나 보니 로체스터의 침실에 연기가 자욱했고, 제인은 잠들어 있던 그를 구해낸다. 로체스터는 악수를 청하며 그녀를 수호신이라 부른다. 그다음 날 그가 저택을 떠나자 제인은 왠지 마음이 텅 빈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몇 달이 지나서야 돌아온 로체스터. 이번에는 그의 약혼녀 잉그램이라는 여자와 함께였다. 그날 저택을 찾아온 손님 중 한 명이 심한 부상을 입게 되고, 로체스터는 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지켜봐 달라고 제인에게 부탁한다. 제인은 그날 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이 저택에서 살면서 한밤중에 때론 불을 지르고 때론 피 흘리게 하는 그 존재가 무엇일지 생각한다.
로체스터의 결혼을 앞두고 제인 에어가 떠나야 하는 날이 온다. 그때 로체스터는 밤나무 밑 벤치에 그녀를 앉히고 이렇게 고백한다. "난 당신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오. 내 왼쪽 늑골 밑의 어딘가에 실이 한 오라기 달려 있어서 그게 작은 당신 몸의 같은 장소에 똑같이 달려 있는 실과 풀리지 않게끔 단단히 매어져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 그녀가 먼 곳으로 떠나버리면 이어진 그 실이 끊어지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체내에 출혈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그는 제인에게 청혼한다.
두 사람의 결혼식을 앞두고 제인 에어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는데, 결혼식 당일 그 불안은 현실이 된다. 예전에 상처를 입어 그녀가 간호해주었던 메이슨이 이 결혼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외친 것이다. 알고 보니 그는 로체스터의 처남이었고, 자신의 누나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로체스터의 전처 버사 메이슨이 심한 정신병에 걸려 저택 다락방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제야 제인은 저택에서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로체스터를 감싸고 있던 우울과 뒷모습에 어려 있던 고독까지. 이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인은 결혼해서 함께 외국으로 떠나자는 제안을 뿌리치고 손필드를 떠난다.
그 후 길을 떠돌다 어느 집 앞에 쓰러진 제인을 존 리버스라는 목사와 그의 누이들이 구해준다. 존은 인도로 선교를 떠나려고 하던 중이었는데 제인의 성실성과 영혼의 힘에 끌려 그녀에게 청혼한다. 한편 제인은 돌아가신 삼촌의 재산이 자신에게 상속되었음을 알게 되고, 생전 처음 재산을 가지게 된다. 고민 끝에 존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함께 인도로 떠날 결심을 한 순간, 제인의 귀에 자신을 부르는 로체스터의 외침이 들려온다.
로체스터를 찾아 손필드로 돌아온 제인은 그의 전처가 집에 불을 지르고 불길에 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또한 로체스터가 그녀를 구하려다가 심한 화상을 입고 한쪽 팔과 두 눈을 잃은 채 멀리 떨어진 마을에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곳으로 달려간다.
로체스터는 그녀에게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지만 제인은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사랑을 고백한다. 제인이 그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로체스터는 묻는다.
"불쌍한 장님, 손을 끌고 데리고 다녀야 할 사내하고?"
"네."
"불구자인 데다 당신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남자, 당신이 항상 시중을 들어줘야 할 사내하고?"
"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연연하기보다는 늘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던 제인 에어는 사랑 앞에서도 용감하고 당당했으며 진실하고 자기 주도적이었다. 인생과 사랑의 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제인 에어는 타인의 기준에 응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봤고, 마음의 소리에 집중했다. 언제나 삶에 당당했던 제인 에어가 알려준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고, 폭풍 속에 들어간 상대를 위해 햇살에 서 있는 나 역시 그 폭풍으로 달려가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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