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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세계문학 들여다 보기

요리는 화학이고, 화학은 곧 삶입니다

by 책으로떠나는여행 2026. 5. 3.

 

보니 가머스 · 『레슨 인 케미스트리』

🎵 차 한 잔, 그리고 피아노 한 곡과 함께 · Erik Satie, Gymnopédie No.1

 

"용기라는 분자식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 모두가 매일 조금씩 합성해 낼 수 있는 것일 겁니다." 196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텔레비전 스튜디오. 흰색 실험실 가운을 입은 한 여인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채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의 손에는 양념통이 아니라 비커가 들려 있고, 그녀의 등 뒤 칠판에는 분자 구조식이 그려져 있습니다. 시청률 1위의 요리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낯선 풍경이지요. 그러나 미국 전역의 부엌에서 텔레비전을 응시하던 수백만 명의 주부들은 그 순간, 이상한 종류의 떨림을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누군가가 처음으로 자신들에게 진지하게 말을 걸어 주고 있다는 그 떨림을.

보니 가머스의 데뷔작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그렇게 시작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천재 화학자였으나 시대의 두터운 편견 앞에서 연구실에서 쫓겨난 한 여인이, 자신의 부엌을 실험실로 바꾸고, 마침내 텔레비전 스튜디오를 강의실로 바꾸어 가는 이야기.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 42개국에 번역되고, 1년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자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마침내 브리 라슨 주연의 애플 TV+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이 작품은, 단순한 페미니즘 소설이라 부르기에는 훨씬 더 다채롭고, 단순한 코미디라 부르기에는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지닌 책입니다.

저자 소개 · 보니 가머스 (Bonnie Garmus)

이 작품의 작가 자신이 한 편의 소설입니다. 보니 진 가머스(Bonnie Jean Garmus)는 1957년 4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네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다섯 살 때 처음으로 책을 한 권 썼고 — 그때부터 평생 작가가 되기를 꿈꾸어 왔지만, 그 꿈을 이루기까지 그녀는 무려 60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크루즈에서 창작과 미학을 전공한 뒤, 그녀는 시애틀과 스위스, 콜롬비아, 영국 등을 오가며 광고 회사의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습니다. 기술과 의학, 교육 분야의 광고 카피를 쓰며 평생을 살아온 직장인이었지요.

그녀의 첫 소설은 출판사 98곳에서 거절당했습니다. 700쪽이 넘는 그 원고를 받아 든 어느 에이전트는 "당신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신인 작가로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쓰려 하느냐"는 매서운 답장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가머스는 열흘 동안 울었다고 회상합니다. 그러나 그녀를 다시 책상 앞에 앉힌 것은, 어느 평범한 회사의 평범한 회의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한 남자 동료가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자기 것인 양 가로채던 그 순간 — 가머스는 끓어오르는 분노 속에서, 자신의 첫 미발표 소설에 단 세 줄로만 등장했던 한 여성 인물을 머릿속에 떠올렸습니다. 그녀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고 합니다. "당신의 하루가 나쁘다고요? 내 하루는, 아니 내 십 년은 그보다 훨씬 더 나빴어요." 그날 그녀는 그 자리에서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첫 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그녀가 만 65세가 되기 며칠 전인 2022년 4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로서의 첫걸음을 노년의 문턱에서 내디딘 셈이지요. 그러나 그 첫걸음의 보폭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컸습니다. 책은 곧 미국 반스앤노블이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책이 되었고,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데뷔 부문 1위에 올랐으며, 한국에는 2022년 6월 다산책방에서 번역가 심연희의 손을 거쳐 처음 소개되었고, 2023년에는 양장본으로 다시 간행되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취미인 조정(漕艇, rowing)은 작가 자신이 30대 후반부터 시애틀에서 즐겨 온 경험에서 가져온 것이며, 책 속 천재 강아지 '여섯 시 반(Six-Thirty)'의 모델은 그녀가 사랑했던 유기견 '프라이데이(Friday)'였다고 합니다 — "아인슈타인과 간디를 합쳐 놓은 듯한 개"였다는 것이 그녀의 표현입니다.

가머스의 인생 그 자체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부록(附錄)입니다. 65세에 데뷔한 한 카피라이터의 이야기는, 시대의 통념 앞에서 자신을 굽히지 않았던 한 화학자의 이야기와 가만히 겹쳐집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쓰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입니다. 98명에게 거절당했다고 해서, 그들이 옳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소설 속의 주요 인물들

이 작품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 어쩌면 가장 큰 매력은 —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기 고유의 빛깔을 지닌 채 살아 숨 쉰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이들 중에는 사람뿐 아니라,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한 마리 개와 한 어린아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이 개성 강한 인물들을 통해 1960년대 미국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 내는 동시에, 그 시대를 견뎌 낸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헌사를 남깁니다.

엘리자베스 조트(Elizabeth Zott)는 이 이야기의 흔들림 없는 중심입니다. UCLA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천재적인 화학자였으나, 그녀의 지도교수가 저지른 성폭력 시도에 연필로 저항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 인물입니다. 그녀는 이후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말단 연구원으로 들어가 자신의 연구를 이어 가지만, 그곳에서도 여성 과학자에 대한 시대의 편견은 그녀를 끊임없이 좌절시킵니다. 그녀의 가장 빛나는 점은 —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모두를 당혹시키는 점은 — 자신의 외모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단 한 순간도 신경 쓰지 않으며, 자신의 능력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그녀를 "내가 쓰고 싶었던 나의 롤모델"이라고 부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캘빈 에반스(Calvin Evans)는 이 이야기의 봄과 같은 인물입니다.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단연 돋보이는 천재 화학자이자, 노벨상 후보로 두 차례나 거론된 세계적 학자입니다. 외로운 고아로 자라 인간관계에 서툴고 옹졸한 면도 지녔지만, 엘리자베스를 만난 순간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외모가 아닌 두뇌에 사랑을 빠집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는 매우 드문 의미의 — 진정한 의미의 '동료적 사랑(equal partnership)'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사랑을 오래 두지 않습니다. 캘빈의 이른 죽음은 이 작품을 단순한 로맨스에서 한 여성의 단단한 자립의 이야기로 옮겨 놓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됩니다.

매들린 조트(Madeline Zott)는 엘리자베스와 캘빈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자,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섯 살에 디킨스를 거의 다 읽고, 네 살에 노먼 메일러와 나보코프를 손에 잡으며, 학교에서는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 일부러 글을 못 읽는 척하는 소녀. 어머니의 천재성을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어머니가 갖지 못한 한 가지 — 사람들의 미묘한 마음결을 읽어 내는 능력 — 을 갖춘 인물이지요. 매들린은 자신의 가족 나무(family tree)를 채우려 아버지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이 어린 소녀의 발걸음이 결국 이 작품의 가장 큰 비밀을 풀어내는 열쇠가 됩니다.

'여섯 시 반(Six-Thirty)'은 이 작품의 가장 사랑스러운 발견입니다. 캘빈이 길에서 만나 데려온 떠돌이 개로, 이름이 '여섯 시 반'이 된 이유 또한 작가의 유머가 빛나는 대목이지요. "이 친구는 누구야?"라고 캘빈이 물었을 때 엘리자베스가 시계를 보며 "여섯 시 반인데"라고 답한 그 사소한 순간이 이 개의 평생 이름이 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가 직접 가르쳐 준 영어 단어를 거의 500개 가까이 알아듣는 이 영리한 개는, 죽은 캘빈을 그리워하고, 매들린의 보호자가 되며, 가끔은 작가가 그의 머릿속 생각을 우리에게 직접 들려주기까지 합니다. 한 마리 개가 한 가족의 영혼을 어떻게 지켜 내는지 — 이 작품을 한 번이라도 읽은 독자라면 '여섯 시 반'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해리엇 슬론(Harriet Sloane)은 엘리자베스의 길 건너편에 사는 55세의 이웃입니다. 자식들은 모두 장성해 떠났고 남편은 폭언을 일삼는 사람이라, 그녀의 일상은 오랫동안 빛이 들지 않는 마당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라는 한 여인이 그녀의 삶에 들어온 뒤, 해리엇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새 옷이나 새로운 머리 모양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일'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매들린의 보호자이자 엘리자베스의 가장 든든한 친구이며, 작품 후반부에는 한 여인의 잠겨 있던 가능성이 어떻게 늦게라도 열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빛나는 본보기로 남습니다.

이 외에도 우연히 엘리자베스의 능력을 발견하고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그녀를 발탁하는 PD 월터 파인(Walter Pine), 엘리자베스의 임신과 출산을 도우며 동시에 그녀와 함께 조정을 하던 의사 메이슨 박사(Dr. Mason), 처음에는 적이었으나 마침내 같은 상처를 공유하는 동료가 되는 프라스크(Frask) 양, 매들린이 학교에서 만나는 따뜻한 목사 웨이클리(Wakely), 그리고 캘빈을 미워하면서도 결국 엘리자베스의 모든 것을 바꾸어 주는 캘빈의 친어머니 에이버리 파커(Avery Parker)까지 —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기 몫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보기 드물게 다층적인 인물 군상이 이 작품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줄거리 · 비커를 쥔 한 여인이 시대의 부엌을 바꾼 이야기

이야기는 1961년 11월의 어느 새벽에서 시작됩니다. 30세의 미혼모 엘리자베스 조트는 다섯 살 딸 매들린의 도시락을 정성껏 싸며, 작은 쪽지 한 장을 그 안에 끼워 넣습니다. 거기에 적힌 글은 "착하게 굴어라"가 아닙니다. "쉬는 시간에 운동을 해. 다만 자동으로 남자아이들이 이기게 해 주지는 말 것." 그녀는 이미 미국 전역의 주부들이 사랑하는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 '6시 저녁 식사(Supper at Six)'의 스타이지만, 매일 새벽 잠에서 깨어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내 인생은 끝났어"라는 한 마디입니다. 그녀가 어떻게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작품은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며 들려줍니다.

1952년의 어느 날로 시간을 거슬러 가 봅니다. UCLA에서 '생명의 기원(abiogenesis)'에 관한 박사 연구를 하던 똑똑한 화학도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지도교수 마이어스 박사가 저지른 성폭력 시도 앞에서 책상에 놓인 2호 연필을 그의 몸에 찔러 넣어 저항합니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난 것은 가해자가 아니라 그녀였습니다. 박사학위의 길이 막힌 그녀가 겨우 자리를 잡은 곳이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말단 연구실이었습니다. 그곳에서도 그녀는 비커 하나도 마음껏 쓰지 못한 채 잡일에 시달립니다.

변화는 작은 비커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날 그녀가 같은 연구소의 천재 화학자 캘빈 에반스의 실험실에서 비커를 가져가던 순간, 두 사람은 처음 마주칩니다. 캘빈은 처음엔 그녀를 비서로 오해했다가 곧 사과하고 데이트를 청합니다. 엘리자베스는 단호히 거절하지만, 두 사람은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며 우정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우정은 곧 사랑으로 변해 갑니다. 캘빈은 엘리자베스의 외모가 아닌 그녀의 두뇌에 반한, 그 시대로서는 너무도 드문 남자였고, 엘리자베스 또한 처음으로 자신을 동등한 존재로 대해 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형식 없이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 캘빈은 청혼했지만, 엘리자베스는 결혼이 자신의 연구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고 있었기에 거절했지요.

그러나 행복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어느 날 캘빈은 자신이 데려온 떠돌이 개 '여섯 시 반'과 함께 새벽 조깅을 나섭니다. 마침 그 거리에서 경찰차의 후미 폭발음(backfire)이 울려 퍼졌고, 놀란 개는 캘빈의 발에 부딪칩니다. 캘빈은 비틀거리며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 너무도 어처구니없게 —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리고 얼마 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됩니다. 1960년대 초의 미국에서 미혼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책임자 도나티 박사는 이를 절호의 기회로 여겨 그녀를 곧장 해고합니다. 한때 가장 유망한 연구자였던 엘리자베스는, 임신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직장을 잃습니다.

일자리도, 사랑하는 사람도, 학문의 자리도 모두 잃은 그녀가 다음으로 한 일은 —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부엌을 실험실로 개조했습니다. 가스레인지를 분해하고, 냄비 자리에 비커를 늘어놓고, 식탁 위에 분젠 버너를 들였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헤이스팅스 시절의 옛 동료들로부터 비밀 자문을 받으며, 한 건당 작은 돈을 받아 생계를 잇기 시작합니다. 딸 매들린이 태어난 뒤에는 길 건너편 이웃 해리엇 슬론이 든든한 보호자로서 두 사람의 곁에 자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캘빈이 남긴 강아지 '여섯 시 반'은 — 작가의 가장 따뜻한 상상 속에서 — 이 어린 가족의 모든 결을 어루만지는 영혼이 되어 갑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엘리자베스의 운명을 다시 한 번 흔들어 놓는 일이 일어납니다. 어린 매들린의 도시락이 자꾸 줄어들기에 추궁을 해 보니, 같은 반 아이 어맨다 파인이 매들린의 도시락을 가져다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매들린의 도시락은 평범한 땅콩잼 샌드위치가 아니라 어머니의 솜씨가 깃든 라자냐와 호박 요리, 키위와 방울토마토, 그리고 따끈한 초콜릿 칩 쿠키까지 — 마치 작은 정찬과도 같은 도시락이었거든요. 엘리자베스는 어맨다의 아버지 월터 파인의 직장으로 직접 찾아갑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텔레비전 방송국이었고, 월터는 KCTV의 PD였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단호하고 명석한 모습에 단번에 매료된 월터는, 그녀에게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어 줄 것을 제안합니다.

처음 엘리자베스는 마지못해 받아들였지만, 첫 방송에서부터 그녀는 PD가 적어 준 큐 카드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화면을 만들어 갔습니다. 흰 실험실 가운을 입고, 식자재를 'NaCl(염화나트륨, 곧 소금)' 같은 화학 기호로 부르며, 칠판에 분자 구조식을 그리는 — 1960년대 텔레비전에서는 누구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요리 쇼였지요. 광고주들과 PD들은 처음에 분노했지만, 시청률은 날마다 치솟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분명해진 것은 — 엘리자베스가 가르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요리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부인 여러분, 요리는 화학입니다. 그리고 화학은 곧 삶입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 바로 이곳, 부엌에서 시작됩니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부엌 일을 하찮은 허드렛일로 여기던 시대의 통념을 뒤흔들었고, 미국 전역의 주부들에게 — "당신이 하는 일은 화학 실험이며, 당신은 매일 작은 기적을 빚어내는 과학자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시청자들은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엘리자베스 조트의 방송을 본 뒤로 의대에 다시 진학할 결심을 했습니다." "변호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해리엇은 어느 날 깨닫습니다 —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새 머리 모양이 아니라, 자신만의 직업이라는 것을.

한편 어린 매들린은 학교에서 가족 나무 그리기 숙제를 받게 됩니다. 자신이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아버지 캘빈의 흔적을 찾아 도서관과 보육원의 기록들을 더듬어 가던 매들린의 작은 손길은, 마침내 캘빈의 친어머니가 누구였는지 그 비밀을 풀어내는 실마리가 됩니다. 캘빈을 보육원에 맡겨 두고 평생 멀리서만 바라보던 한 여인 — 거대 재단 '파커 재단'의 설립자 에이버리 파커가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마침내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에이버리는 자신이 한때 멀리서 후원했지만 인연을 잇지 못했던 손녀 매들린과, 그 어머니 엘리자베스를 자신의 품으로 받아들입니다.

한 잡지가 엘리자베스의 사적인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 보도하자 그녀는 분노 속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이번에야말로 다시 본업인 연구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무렵, 에이버리 파커는 자신의 막대한 재력을 동원하여 엘리자베스의 옛 직장 헤이스팅스 연구소를 인수하고 — 한때 그녀를 해고했던 도나티의 자리에 다름 아닌 엘리자베스를 앉힙니다. 한때 비커 하나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그 연구소에서, 이제 그녀는 자신의 본래 꿈이었던 '생명의 기원'에 관한 연구를 마음껏 펼쳐 갈 수 있게 됩니다. 한 여인의 길고도 굽이진 여정이, 마침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그 마지막 페이지가, 독자의 가슴을 길고도 따뜻하게 두드립니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가머스가 이 작품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단 하루의 분노였습니다. 한 회사 회의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로챈 남자 동료에 대한 분노. 그러나 그 분노는 곧 더 깊은 질문으로 옮겨 갑니다. "정녕 우리는 1960년대 이후 얼마나 멀리 와 있는가?" 작가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펜을 들었고, 60여 년 전의 한 화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여러 갈래의 메시지를 건넵니다.

첫째, '한 사람의 능력을 그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어떤 모습인지로 판단하는 사회는 모두에게 손해'라는 메시지입니다. 엘리자베스 조트의 비극은 그녀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녀의 외모는 그녀의 두뇌를 가리는 베일이 되었고, 그녀의 성별은 그녀의 연구를 봉쇄하는 자물쇠가 되었습니다. 작가는 이 부조리를 결코 거창한 구호로 외치지 않습니다. 다만 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그 작은 일상마다 부딪히는 무수한 벽들을 보여 주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분노하고 스스로 깨닫게 합니다.

둘째, '평범한 일상의 자리가 곧 세계를 바꾸는 자리'라는 깨달음입니다. 엘리자베스는 거대한 운동을 일으킨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부엌을 실험실로 바꾸었을 뿐이고, 자신의 요리 방송에서 큐 카드를 무시했을 뿐이며, 자신의 딸에게 진실을 말해 주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일상의 자리들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한 시대의 부엌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거창한 영웅이 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 —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분명히 바뀌어 간다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일러 줍니다.

셋째, '가족이라는 이름은 핏줄이 아니라 함께 견딘 시간으로 만들어진다'는 통찰입니다. 이 작품의 가족은 매우 비전형적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미혼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버지의 흔적을 좇는 어린 딸, 길에서 데려온 늙은 떠돌이 개, 길 건너편의 50대 이웃 여인. 그러나 그들이 함께 일군 그 작고 비공식적인 가족이야말로, 작품 속 어떤 정상적인 핵가족보다도 더 진정한 의미의 '가족'입니다. 작가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새로이 정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 누군가의 새벽 도시락을 정성껏 싸 줄 수 있는 사람들,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고.

넷째, '분노는 결코 부정한 감정이 아니다'라는 단호한 입장입니다. 엘리자베스는 화를 내는 인물이고, 작가는 결코 그 화를 누그러뜨리려 하지 않습니다. 가머스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운 것이 '건설적인 분노(constructive anger)'였다고 말했습니다. 부조리 앞에서 화를 내는 것은 미성숙이 아니라, 자기 존엄에 대한 정당한 반응이라는 것 — 이 메시지는 특히 평생 "화내지 말라"고 교육받아 온 우리 시대의 여성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갑니다.

다섯째, '당신의 이야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뿐'이라는 작가 자신의 메시지입니다. 65세에 첫 책을 내고, 98번의 거절을 넘어 마침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보니 가머스의 이야기가 곧 이 작품의 가장 큰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어요.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 것이니까요." 이 메시지는 단지 여성에게만이 아니라, 시대의 어느 그늘에선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미루어 두고 살아온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따뜻한 응원입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한 권의 소설이지만 동시에 한 권의 작은 화학 교과서이고, 한 명의 여성에 관한 전기이지만 동시에 한 시대 전체에 대한 부드러운 고발문이며, 웃음과 눈물이 함께 묻어 나는 이야기책이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펼쳤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무렵, 우리는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거울 앞에 서서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 "내가 매일 부엌에서 빚어내는 작은 기적들도, 사실은 한 편의 화학이었구나. 그리고 그 화학은 곧 삶이었구나." 차 한 잔 곁에 두고, 흰 실험실 가운을 입은 한 여인이 들려주는 이 따뜻한 강의에 — 부디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 책으로 떠나는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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