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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35

【단테의 신곡 | EP.03】 살면서 한 번쯤은 보게 되는 문이 있다. 지옥의 문 앞에서살면서 한 번쯤은 보게 되는 문이 있다.열기 싫은 문. 열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문.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것 같아서, 아니 정확히 알기 때문에 — 손잡이에 손을 얹고도 한참을 서 있게 되는 문.진단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오래 미뤄온 대화를 꺼내야 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우리는 그 문 앞에서 자꾸 딴 생각을 한다.단테가 지옥의 문 앞에 섰을 때, 거기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나를 통해 고통의 도시로 들어가노라. 나를 통해 영원한 슬픔으로 들어가노라. 나를 통해 길 잃은 자들 속으로 들어가노라.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단테는 이 글을 읽고 굳어버렸다."스승님, 이 말이 무섭습니다."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손을 잡았다... 2026. 4. 3.
「권력의 지도」 7화 : 농업혁명과 권력의 탄생 농업혁명과 권력의 탄생 — 잉여 생산물이 만든 최초의 지배 관계기원전 9500년경, 지금의 터키 남동부 괴베클리 테페 언덕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거대한 돌기둥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무게만 수십 톤에 달하는 돌기둥들이었습니다. 이것을 운반하고 세우려면 수천 명의 협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당시 이 지역 사람들이 아직 농업을 시작하지 않은 수렵채집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고고학자들은 오랫동안 이렇게 믿었습니다. 농업이 먼저 생기고, 잉여 식량이 생기고, 그 다음에야 대규모 협력과 복잡한 사회 조직이 가능해졌다고요. 그런데 괴베클리 테페는 그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농업 이전에 이미 대규모 조직과 의례가 존재했던 것입니다.이것이 무엇을 말해줄까요. 권력.. 2026. 4. 3.
카라얀, 제5편 | 카라얀이 발굴한 사람들 ① 안네-조피 무터 카라얀, 완벽이라는 이름의 삶 — 다섯 번째 이야기제5편 | 카라얀이 발굴한 사람들 ① 안네-조피 무터황제는 자신의 후계자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황제도 무릎을 꿇게 만드는 소리가 있다. 1977년 잘츠부르크, 열네 살 소녀의 바이올린이 카라얀의 귀를 멈추게 했다.오디션장의 침묵1977년 여름,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오디션장.카라얀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오디션은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세계 각지에서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찾아왔고, 대부분은 몇 마디 연주하지 못하고 제지당했다. 카라얀의 귀는 첫 몇 음에서 이미 판단을 내렸다. 더 들을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를.그날 오디션 목록에 한 이름이 있었다.안네-조피 무터(Anne-Sophie Mutter). 독일 남부 라인펠덴 출신. 나이 열네 .. 2026. 4. 3.
EP.05 트로이를 찾아낸 남자 — 하인리히 슐리만, 믿음이 역사를 바꾸다 트로이를 찾아낸 남자 — 하인리히 슐리만, 믿음이 역사를 바꾸다1868년, 그리스 이타카 섬.한 중년 남자가 올리브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낡은 책 한 권을 읽고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그는 이 책을 어린 시절부터 수백 번 읽었습니다. 독일어로, 영어로, 프랑스어로, 그리스어로. 그때마다 같은 확신이 그의 가슴을 채웠습니다.이것은 신화가 아니다. 이것은 실제 역사다.당대의 모든 학자들이 그를 비웃었습니다. 트로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문학적 상상의 산물일 뿐이라고. 3,000년 전에 사라진 도시를 찾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그러나 하인리히 슐리만은 개의치 않았습니다.그는 책을 덮고, 지도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소아시아 해안, 지금의 터키 북서부, 히사를리크라는 이름의.. 2026. 4. 3.
【단테의 신곡 | EP.02】 두려움이 길을 막을 때 준비가 되면 시작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조금 더 공부하고 나서.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아이들이 크고 나면. 이 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돈이 좀 더 모이면.그 '조금'과 '나면'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몇 년이 지나 있다. 하고 싶었던 것은 여전히 하지 못한 채로.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 같은 사람이 감히."단테도 그랬다.지옥의 입구 앞에서, 스승 베르길리우스가 말했다."자, 이제 가야 한다."그러자 단테가 멈춰 섰다. 그리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하지만 왜 제가 가야 합니까. 아이네아스도 아니고, 바울도 아닌 제가. 그런 여행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신곡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간적인 순간 중 하나다. 위대한 서사시의 주인공이, 첫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 2026.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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