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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예술, 인간을 말하다

EP.10 보이지 않는 신을 섬기다 : 유대인, 금지가 만들어낸 예술

by 책으로떠나는여행 2026. 4. 9.

예술, 인간을 말하다

기원전 586년, 바빌론.

느부카드네자르 2세의 군대가 예루살렘을 함락했습니다. 솔로몬이 지은 성전이 불탔습니다. 유대 민족의 정신적 중심, 신이 거주한다고 믿었던 그 거룩한 공간이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수만 명의 유대인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갔습니다. 역사에서 바빌론 유수(幽囚)라 불리는 이 사건. 이방 땅에서 성전도 없이, 신상도 없이, 눈에 보이는 신성한 물건 하나 없이 신앙을 지켜야 했던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억을 말로 전했습니다. 시편을 썼습니다.

"바빌론 강가에 앉아 우리는 울었다. 시온을 기억하며."

반 룬은 이 순간을 유대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열쇠로 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 수 없을 때,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만듭니다. 돌로 신전을 지을 수 없을 때, 말로 신전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 말의 신전은 돌로 만든 신전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습니다.


우상금지 : 예술을 막은 계명, 예술을 낳은 계명

유대 예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하나의 계명 앞에 서야 합니다.

"너는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라."

십계명의 두 번째 계명. 신의 형상은 물론, 하늘과 땅과 물 아래의 어떤 것도 새기거나 만들지 말라는 이 금지 명령은 고대 세계에서 완전히 독특한 것이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신을 조각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신전마다 신상을 모셨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신은 형상이 없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만질 수 없었습니다.

반 룬은 이 금지 명령이 유대 예술에 미친 영향을 두 가지 방향에서 분석합니다.

첫째, 시각 예술의 발전이 제한되었습니다. 신상을 만들 수 없었으므로, 이집트나 그리스처럼 종교적 조각과 회화가 예술의 중심이 될 수 없었습니다. 유대 예술에서 인물 묘사는 오랫동안 금기시되거나 극도로 제한되었습니다.

둘째, 그러나 바로 그 제한이 다른 예술 형식들을 폭발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문학, 시, 음악, 이야기. 눈이 아닌 귀로, 눈에 보이는 형상이 아닌 말과 소리로 신을 섬기는 문화. 이 문화가 서양 문명 전체에서 가장 풍성한 문학적 전통 중 하나를 만들어냈습니다.

반 룬은 말합니다. 금지가 때로는 창조의 어머니가 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생겼을 때, 인간은 할 수 있는 다른 것을 더 깊이 파고듭니다.

기원전 6세기 후반 타르퀴니아의 예언자 무덤에 묘사된 씨름꾼들

 


성경 : 인류 최대의 문학 작품

반 룬은 유대 예술의 가장 위대한 성취를 조각도 건축도 아닌 텍스트에서 찾습니다. 히브리 성경, 즉 구약성경.

창세기의 천지창조 이야기, 출애굽기의 모세 서사, 욥기의 고통에 대한 철학적 탐구, 아가서의 관능적인 사랑 노래, 시편의 서정시들, 잠언의 지혜 문학. 이 방대한 텍스트는 약 1,000년에 걸쳐 수많은 저자들에 의해 쓰이고 편집된 문학의 집대성입니다.

반 룬은 히브리 성경을 종교적 문서 이전에 문학 작품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안에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과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는 순간의 극적 긴장. 요셉이 형들에게 팔려가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다가 재상이 되는 이야기의 서사적 완성도. 룻기에서 이방 여인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바치는 헌신의 아름다운 문장들. 이것들은 종교적 가르침이기 이전에 탁월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반 룬이 주목하는 것은 시편입니다. 다윗왕에게 귀속되는 150편의 시들. 기쁨과 감사, 고통과 절망, 분노와 용서, 두려움과 신뢰. 인간의 감정 전체가 이 시들 안에 담겨 있습니다.

시편 22편의 첫 줄을 보십시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 절규는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인간의 가장 깊은 고통의 언어로 읽힙니다.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도,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도. 이것이 위대한 문학의 힘입니다.

반 룬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히브리 성경이 없었다면 서양 문학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테, 밀턴,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 이 모든 작가들의 뿌리에 히브리 성경이 있습니다.


레위인의 노래 : 성전 음악의 세계

예루살렘 성전에는 특별한 집단이 있었습니다. 레위 지파 출신의 성전 음악가들, 레위인들.

솔로몬 성전 시대에 레위인 음악가의 수는 4,000명에 달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성전 예배에서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했습니다. 하프, 수금, 나팔, 심벌즈. 성전 예배는 음악 없이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시편은 원래 이 성전 예배를 위한 노래들이었습니다. 각 시편의 머리에는 종종 음악적 지시가 적혀 있습니다. '현악기에 맞추어', '플루트와 함께', '소프라노를 위하여'. 이것들은 노래를 위한 가사였습니다.

성전이 파괴되고 레위인들의 악기가 침묵하게 되었을 때, 유대인들은 이 노래들을 기억으로 지켰습니다. 바빌론 유수 기간에 바빌론 사람들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을 때, 시편 137편의 시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방 땅에서 주님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예루살렘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내 오른손이 그 솜씨를 잊을 것이다."

반 룬은 이 구절에서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예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을 고통 속에서도 지키겠다는 의지입니다. 악기를 내려놓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언젠가 다시 들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회당 : 성전 없이 신을 만나는 공간

기원전 586년 성전이 파괴되고 유대인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간 것은 재앙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재앙이 유대 문명에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냈습니다. 회당(시나고그)입니다.

성전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신앙 공동체를 유지할 것인가. 유대인들의 답은 회당이었습니다. 어디서든, 열 명의 성인 남자만 모이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 성전처럼 웅장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화려한 신상도 필요 없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토라 두루마리와, 그것을 읽고 함께 기도할 공동체뿐이었습니다.

회당 건축은 유대 예술의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형상을 새길 수 없는 제약 속에서, 유대 장인들은 기하학적 문양, 식물 문양, 히브리 문자 자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아라비아의 이슬람 예술이 나중에 같은 방향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상금지라는 같은 종교적 명령이 비슷한 예술적 해법을 낳은 것입니다.

반 룬은 회당의 탄생에서 인류 문명의 중요한 전환을 봅니다. 신성한 공간이 처음으로 건물이 아닌 공동체 자체가 되었습니다. 어디에 있든, 함께 모인 사람들이 신성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 개념이 나중에 기독교 교회와 이슬람 모스크의 기본 원리가 되었습니다.


탈무드 : 토론이 예술이 되다

기원후 70년, 로마 군대가 예루살렘을 다시 함락하고 제2성전을 파괴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로 흩어졌습니다. 디아스포라의 시작.

이 두 번째 대재앙 앞에서 유대 랍비들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율법 해석들을 문자로 기록하자고. 그 결과물이 미슈나이고, 미슈나에 대한 방대한 토론과 주석이 탈무드입니다.

탈무드는 단순한 법전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백 년에 걸친 랍비들의 토론 전체가 기록된 텍스트입니다. 어느 랍비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다른 랍비가 어떻게 반박했는지, 또 다른 랍비가 어떻게 중재했는지. 심지어 소수 의견도 삭제하지 않고 모두 기록했습니다. 왜냐하면 진리는 하나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토론의 과정에서 드러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반 룬은 탈무드에서 독특한 예술적 형식을 봅니다. 토론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습니다. 질문하고, 의심하고, 반박하고, 다시 질문하는 이 끝없는 지적 대화의 구조가 수천 년의 유대 지성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반 룬은 이 전통이 현대 세계에 남긴 유산을 조용히 짚어냅니다. 스피노자,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카프카. 유대 지성의 계보는 탈무드의 토론 문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받아들여진 것에 도전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는 이 정신. 그것이 유대 예술의 가장 깊은 뿌리입니다.


하누카의 촛대 : 일상의 성물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계명 아래에서도 유대인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그것들은 신의 형상이 아닌, 신성한 행위를 위한 도구들이었습니다.

메노라(Menorah). 일곱 가지 달린 황금 촛대. 원래 성전 안에 놓였던 이 촛대는 유대 예술의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상징입니다. 기원전 164년 하누카 기적을 기념하는 하누키야는 아홉 가지 달린 형태로 변형되었습니다.

키두시 컵. 안식일과 절기를 시작할 때 포도주를 담아 축복 기도를 드리는 잔. 은으로 만들어지고, 포도 덩굴과 히브리 문자로 장식된 이 잔들은 유대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토라 방패와 왕관. 두루마리 토라를 장식하는 은제 장신구들. 토라는 유대인들에게 단순한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의 말씀이 깃든 성물입니다. 따라서 토라를 보관하고 운반하는 도구들도 최고의 솜씨로 만들어졌습니다.

반 룬은 이 성물들에서 유대 공예 예술의 핵심 정신을 봅니다. 아름다움이 신을 향한 것일 때 그것은 가장 순수해진다는 믿음. 솜씨 있게 만들어진 촛대로 촛불을 밝히는 것, 아름다운 잔으로 포도주를 마시며 기도하는 것. 그것은 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디아스포라의 예술 : 뿌리 없이 꽃피다

기원후 70년 이후 전 세계로 흩어진 유대인들은 가는 곳마다 그 지역의 문화를 흡수하고 자신들의 전통과 결합시켰습니다.

스페인의 유대인들은 이슬람 예술의 영향을 받아 아름다운 필사본들을 만들었습니다. 히브리 성경의 텍스트가 이슬람 세밀화 양식의 삽화들과 함께 장식되었습니다. 동유럽의 유대인들은 목조 회당들을 지으면서 슬라브 목공예 전통과 유대적 상징들을 결합시켰습니다. 폴란드의 낡은 마을에서 발견되는 이 목조 회당들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건축 유산 중 하나입니다.

반 룬은 이 디아스포라 예술에서 인간 적응력의 놀라운 증거를 봅니다. 고향도, 성전도, 국가도 없이 2,000년을 살아온 민족이 가는 곳마다 그 땅의 언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표현했습니다. 예술은 국적이 없습니다. 아름다움은 경계를 모릅니다.


반 룬이 유대 예술에서 읽어낸 것

반 룬은 유대 예술 챕터를 마무리하면서 예술의 본질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합니다.

역설적으로, 형상을 금지한 계명이 유대 예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형상을 만들 수 없었기에, 유대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이야기, 시, 음악, 토론, 기억. 이것들은 돌보다 단단합니다. 성전보다 오래 삽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두 번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나 시편은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성전 앞의 황금 메노라는 로마군에게 약탈당했습니다. 그러나 하누카의 촛불은 지금도 매년 켜집니다. 건물은 무너지지만, 이야기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반 룬은 여기서 예술의 가장 근본적인 힘을 봅니다. 예술은 파괴될 수 없습니다. 물질적 형태는 파괴될 수 있지만, 그 형태가 담고 있던 정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다른 형태로, 다른 시대로 옮겨가 계속 살아갑니다.

바빌론 강가에서 울며 시온을 기억했던 사람들의 노래가 3,000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 닿아 있는 것처럼.


이번 화 감상 추천

유대 음악의 정신과 깊이를 경험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 에르네스트 블로흐, 《솔로몬》 : 히브리 성경의 솔로몬 왕을 소재로 한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유대 음악의 선율적 특성과 서양 고전음악 형식이 완벽하게 결합된 걸작입니다.

    • 막스 브루흐, 《콜 니드레이》 ; 유대교에서 가장 거룩한 날인 욤 키푸르 전날 밤에 부르는 기도문을 첼로와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작품. 깊은 참회와 간구의 정서가 가슴을 울립니다.

    • 레너드 번스타인, 《치체스터 시편》: 히브리어 시편 텍스트를 사용한 합창 작품. 시편 23편의 그 유명한 구절들이 번스타인의 현대적 언어로 새롭게 살아납니다.


다음 화 예고

다음 시간에는 유대인의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또 하나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유대 땅에서 태어나 로마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간 새로운 신앙. 박해받는 소수 집단으로 시작해 제국의 공식 종교가 되기까지, 초기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예술을 만들었을까요. 지하 무덤 카타콤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최초의 기독교 회화들. 두려움과 희망이 동시에 새겨진 그 그림들 앞에서, 예술이 어떻게 신앙의 언어가 되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P.11  카타콤의 빛: 초기 기독교 예술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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