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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세계문학 들여다 보기

서머싯 몸 『인생의 베일』

by 책으로떠나는여행 2026. 3. 19.

작가 소개

서머싯 몸 (W. Somerset Maugham, 1874~1965)


본명은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입니다. 작가로서는 주로 W. 서머싯 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윌리엄이라는 이름 대신 미들네임 서머싯을 사용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였습니다. 어머니의 성이 서머싯이었고, 몸은 그 이름에 특별한 애착을 가졌습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이름 안에 담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파리에서 태어나다
몸은 1874년 1월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영국인 부모를 두었지만 파리에서 태어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이는 프랑스 군대 징집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외교관이었던 아버지가 그것을 고려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어린 시절 몸의 첫 언어는 프랑스어였습니다.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먼저 배웠습니다. 이 이중 언어적 환경이 이후 그의 문학적 감수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랑스 문학, 특히 플로베르와 모파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의 문체를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실, 두 번의 죽음
몸의 어린 시절은 연속적인 상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섯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폐결핵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몸에게 각별한 존재였습니다. 몸은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했고, 어머니도 막내아들 몸을 각별히 여겼습니다. 그 어머니를 잃은 것이 몸에게 평생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덟 살의 몸은 완전한 고아가 되었습니다.
몸은 영국 켄트 주 휘트스테이블에 사는 큰아버지 헨리 몸 목사에게 맡겨졌습니다. 큰아버지는 엄격하고 냉정한 사람이었습니다. 따뜻함이 없는 집이었습니다. 몸은 거기서도 외로웠습니다.
이 어린 시절의 경험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낯선 집에서의 외로움이 몸의 문학 전체를 만드는 근원이 됩니다. 그의 소설에서 반복되는 주제들, 사랑의 결핍, 인간 관계의 냉혹함, 소속감을 찾지 못하는 인물들이 모두 이 어린 시절에서 나옵니다.


말더듬, 평생의 짐
몸은 말을 더듬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말더듬이 평생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이것이 몸에게 깊은 콤플렉스가 되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사교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 말더듬이 역설적으로 그를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글로 표현했습니다. 목소리 대신 펜이 그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몸의 문장이 그토록 명확하고 정밀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말을 더듬는 사람은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습관이 문장에 녹아들었습니다.


의사가 되다, 그러나 다른 길로
큰아버지 밑에서 자란 몸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의 세인트 토마스 병원 의과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의학을 공부한 것은 몸의 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의사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감정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냉정하게 진단하는 사람입니다. 몸은 소설을 쓸 때도 이 의사의 시선을 유지했습니다. 인물을 판단하지 않고, 관찰하고, 정확하게 기록합니다.
1897년 첫 소설 『램버스의 리자(Liza of Lambeth)』를 발표했습니다. 의과대학 시절 빈민가에서 산부인과 실습을 하며 목격한 런던 하층민의 삶을 그린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이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몸은 결심했습니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가 되겠다고.


런던 연극계의 정복
1900년대 초반, 몸은 소설보다 연극에 집중했습니다. 런던의 웨스트엔드 무대를 목표로 여러 희곡을 썼습니다.
그리고 1908년, 전설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런던의 웨스트엔드 무대에 몸의 희곡 네 편이 동시에 공연되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런던 연극계를 네 개의 작품으로 점령한 것입니다. 이것은 영국 연극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런던 언론은 몸에 대해 쏟아냈습니다. 어떤 이는 극찬했고, 어떤 이는 한 작가가 이렇게 많은 무대를 차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반응이든, 몸은 단숨에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극작가가 되었습니다.
이 성공으로 몸은 경제적 독립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소설로 다시 방향을 돌렸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비밀 첩보 활동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을 때, 몸은 적십자 구급대원으로 프랑스 전선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몸은 영국 정보부를 위해 비밀 요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스위스, 러시아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특히 1917년 러시아에서의 활동은 이후 그의 단편소설집 『애쉔든(Ashenden)』의 직접적인 원천이 되었습니다.
『애쉔든』은 스파이 소설의 선구적 작품으로, 현대 스파이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언 플레밍과 존 르 카레 모두 몸에게 빚졌다고 인정합니다.


『인간의 굴레』, 가장 자전적인 소설
1915년 발표된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는 몸의 가장 자전적인 소설이자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 필립 케어리는 발이 불편한 고아 소년으로, 냉정한 큰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의과대학을 다니고, 밀드레드라는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사랑에 빠져 고통받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몸 자신의 경험과 겹칩니다. 말더듬은 발의 장애로, 큰아버지는 그대로, 의과대학 생활도 그대로.
몸은 이 소설에 자신의 가장 깊은 상처들을 담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고독, 사랑받지 못한 경험, 인간 관계의 냉혹함. 제목의 '굴레'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감정적 집착을 의미합니다. 사랑이라는 굴레, 욕망이라는 굴레, 과거라는 굴레.
이 소설은 몸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었습니다.


빌라 모레스크, 성공한 작가의 삶
1920년대부터 몸은 프랑스 리비에라의 빌라 모레스크(Villa Mauresque)에 살았습니다.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저택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몸은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빌라 모레스크는 당대 최고의 문인, 예술가, 정치인들이 드나드는 살롱이 되었습니다. H.G. 웰스, 윈스턴 처칠, 놀 코워드, 허버트 웰스. 이들이 몸의 손님이었습니다.
몸은 여행을 좋아했습니다. 동남아시아, 중국, 인도, 태평양의 섬들. 그 여행들이 그의 소설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베일』의 중국,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의 남태평양, 『과자와 맥주(Cakes and Ale)』의 영국 지방 도시.
몸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그것이 그의 창작 방식이었습니다.


비밀스러운 사생활
몸의 사생활은 복잡했습니다.
몸은 동성애자였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 영국에서 동성애는 불법이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동성애로 감옥에 갔던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몸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없었습니다.
그는 1917년 시리 웰컴(Syrie Wellcome)과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이 결혼은 처음부터 불행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1929년 이혼했습니다.
평생의 동반자는 제럴드 헤이즌(Gerald Haxton)이었습니다. 미국인으로, 몸보다 18살 어렸습니다. 두 사람은 30년 가까이 함께 살았습니다. 제럴드는 몸의 여행에 동행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몸이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사교적 역할을 했습니다. 몸의 말더듬과 내성적인 성격을 제럴드가 보완했습니다.
제럴드가 1944년 세상을 떠났을 때 몸의 상실감은 컸습니다. 이후 또 다른 동반자 앨런 서어(Alan Searle)와 함께 살았습니다.
몸이 세상을 떠난 후 공개된 자서전 초고에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는 평생 그것을 숨기며 살아야 했습니다.


단편소설의 거장
몸은 장편소설로 유명하지만, 단편소설에서도 20세기 최고의 거장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의 단편소설들은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말레이 반도의 플랜테이션 농장주, 남태평양의 선교사, 홍콩의 외교관, 런던의 화가. 이 다양한 배경과 인물들이 몸의 단편소설의 세계를 만듭니다.
몸의 단편소설에는 몸 자신이 화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 또는 여행자로서 이 이야기들을 듣거나 목격하는 방식입니다. 이 액자 구조가 이야기에 사실감을 더해줍니다.
가장 유명한 단편 중 하나는 「비(Rain)」입니다. 남태평양의 섬에서 엄격한 선교사가 매춘 여성에게 설교하다 결국 자신이 무너지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위선과 욕망을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입니다.


말년과 죽음
말년에 몸은 빌라 모레스크에서 앨런 서어와 함께 살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졌습니다.
90세가 넘어서 몸은 이상한 행동을 했습니다. 앨런 서어를 공식적으로 자신의 아들로 입양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딸 리자를 상속에서 제외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 일로 몸의 가족과 법적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법원은 몸의 정신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말년의 소동이 몸의 마지막 이미지를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위대한 작가의 말년이 법적 분쟁과 정신 능력 논란으로 얼룩진 것입니다.
1965년 12월 16일, 몸은 프랑스 니스의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91세. 20세기를 거의 전부 살아낸 작가였습니다.
그의 유해는 캔터베리의 킹스스쿨에 안장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 근처에. 파리에서 태어나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았던 그가, 영국의 오래된 학교 곁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주요 작품

『램버스의 리자 (Liza of Lambeth, 1897)』 데뷔 소설. 런던 빈민가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의과대학 시절 실습 경험이 바탕이 된 작품으로 자연주의적 성격이 강합니다.
『인간의 굴레 (Of Human Bondage, 1915)』 몸의 가장 자전적인 소설. 발이 불편한 고아 소년의 성장과 고통을 그린 반자전적 대작입니다. 몸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었습니다.
『달과 6펜스 (The Moon and Sixpence, 1919)』 화가 폴 고갱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 안정된 삶을 버리고 예술을 위해 남태평양으로 떠나는 화가 스트릭랜드의 이야기입니다. 예술과 삶, 문명과 자연의 대립을 그렸습니다.
『애쉔든 (Ashenden, 1928)』 제1차 세계대전 중 비밀 요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편집. 현대 스파이 소설의 원형으로 평가받습니다.
『인생의 베일 (The Painted Veil, 1925)』 홍콩과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경박한 여성이 콜레라 창궐 지역에서 진짜 삶과 마주하며 변화하는 이야기입니다.
『과자와 맥주 (Cakes and Ale, 1930)』 영국 문학계를 풍자한 소설. 몸이 직접 경험한 영국 문학계의 허위와 위선을 날카롭게 그렸습니다.
『면도날 (The Razor's Edge, 1944)』 제1차 세계대전 참전 후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청년 래리의 이야기. 동양 철학 특히 힌두교의 영향을 담은 작품입니다.
단편소설집 「비(Rain)」, 「편지(The Letter)」,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s)」 등 10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남겼습니다.


몸 문학의 특징

첫째, 의사의 시선입니다. 몸의 소설을 읽으면 진단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인물의 감정을 감상적으로 그리는 대신, 냉정하게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판단하지 않고 보여줍니다. 이것이 의과대학에서 훈련받은 시선입니다. 그러나 그 냉정함 아래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이 있습니다.
둘째, 명확하고 투명한 문장입니다. 몸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수식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확합니다. 모호하지 않고 투명합니다. 독자가 이해하는 데 힘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이 몸이 의도한 것이었습니다. 몸은 글쓰기란 독자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작가의 재주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셋째, 이야기꾼의 재능입니다. 몸은 이야기를 만드는 재능이 탁월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독자가 다음 장면이 궁금하게 만드는 힘. 이것은 타고난 재능이기도 하고, 수백 편의 글을 쓰면서 훈련된 기술이기도 합니다.
넷째, 인간의 위선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입니다. 몸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자주 자신을 속입니다. 자신이 도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욕망에 이끌립니다. 선하다고 믿지만 이기적입니다. 몸은 그 위선을 부드럽게, 그러나 정확하게 드러냅니다. 인물을 비웃지 않습니다. 그냥 보여줍니다. 그것이 더 날카롭습니다.
다섯째, 세계적인 배경입니다. 몸만큼 다양한 배경을 소설에 담은 영국 작가는 드뭅니다. 런던, 파리, 홍콩, 중국, 말레이시아, 남태평양, 인도. 그 배경들이 단순한 무대가 아닙니다. 각 장소의 문화와 분위기가 이야기에 스며듭니다.


몸은 20세기 전반기에 가장 많이 읽힌 영어 작가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문학 비평계에서는 항상 이류 작가 취급을 받았습니다.
비평가들은 말했습니다. 몸의 소설은 너무 읽기 쉽다고. 진짜 문학은 어려워야 한다고. 몸은 대중적이지만 깊이가 없다고.
몸은 그 비판에 담담하게 반응했습니다.

"나는 일류 작가들 중에서 최전선에 있지 않다. 그러나 확실히 이류 작가들 중에서는 맨 앞줄에 있다."

이 자기 평가가 역설적으로 몸의 지성을 보여줍니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그렇다고 비굴하게 낮추지도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읽기 쉬운 것이 깊이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투명한 문장이 오히려 더 높은 기술을 요구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을 이토록 정확하게 그린 작가가 많지 않다는 것.


몸이 남긴 말들
몸은 삶과 문학에 대한 통찰력 있는 말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독서의 습관은 인생의 거의 모든 불행으로부터 피신처가 된다."

"우리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돈은 여섯 번째 감각과 같다. 그것 없이는 나머지 다섯 가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인생에서 세 가지 규칙이 있다. 불행히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 마지막 말이 가장 몸답습니다. 진지함과 유머, 지혜와 자기 비하가 섞인. 그것이 서머싯 몸이라는 사람입니다.


『인생의 베일』 줄거리

작품의 큰 구조

배경: 1920년대 홍콩과 중국 내륙의 콜레라 창궐 지역.
주요 인물:

  • 키티 페인 — 아름답지만 경박한 영국 여성, 주인공
  • 월터 페인 — 키티의 남편, 세균학자. 냉정하지만 깊은 사람
  • 찰스 타운센드 — 키티의 불륜 상대, 홍콩 총독 보좌관
  • 와딩턴 — 중국 내륙 세관원, 현인 같은 인물
  • 성 조셉 수녀 — 콜레라 지역 수녀원의 원장

핵심 주제

  • 경박함에서 성숙함으로의 성장 — 키티의 내면적 변화
  • 사랑과 이기심 —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
  •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
  • 동양과 서양의 만남
  • 베일을 걷어내는 것 — 환상에서 현실로

『인생의 베일』은 1925년 발표되었습니다. 제목은 영국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의 시에서 따왔습니다. "삶이라는 베일을 걷어 들지 말라, 그 뒤에 있는 것들이 두렵거든." 아름답지만 경박한 여성이 남편의 냉혹한 결정으로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 내륙으로 끌려가면서, 진짜 삶과 진짜 자신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배경 이해 :1920년대 홍콩과 중국

1920년대 영국은 아직 거대한 제국이었습니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였고, 영국인들은 그곳에서 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교 생활을 즐겼습니다. 파티, 테니스, 저녁 식사 초대. 중국 땅에 있었지만 중국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는 영국인들의 세계.
그러나 홍콩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있었습니다. 콜레라가 돌고, 수천 명이 죽어가고, 가난과 질병이 넘치는 중국 내륙. 이 두 세계의 충돌이 이 소설의 배경입니다.


장면 1 : 문이 열리다

소설은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홍콩의 한 아파트 침실. 문손잡이가 돌아갑니다. 잠겨있습니다. 그리고 멈춥니다.
침실 안에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키티(Kitty)와 찰스 타운센드(Charles Townsend)였습니다. 키티는 유부녀였습니다. 그리고 찰스도 유부남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굳어버렸습니다. 문을 열려 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키티의 남편 월터 페인(Walter Fane)이었습니다.
월터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사라졌습니다.
키티는 창백해졌습니다. 찰스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몸은 이 소설을 충격적인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설명도, 배경도 없이. 독자는 이미 사건의 한복판에 던져집니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를 궁금해하며 따라가게 됩니다.

베일의 첫 번째 층이 걷힙니다. 키티의 삶의 진실이 첫 번째로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장면 2 : 키티, 그녀는 누구인가

몸은 이어서 키티의 과거를 보여줍니다.
키티 가스틴(Kitty Garstin)은 런던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사회적 야망이 강한 여성이었습니다. 딸을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는 것이 어머니의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키티는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무기로 사교계에서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제대로 된 청혼이 오지 않았습니다. 여동생이 먼저 결혼하게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키티는 초조해졌습니다.
그때 월터 페인이 나타났습니다. 세균학자로 홍콩에서 일하는 조용하고 수줍은 남자였습니다. 키티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동생보다 먼저 결혼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청혼을 받아들였습니다.
홍콩에서의 결혼 생활. 키티에게 월터는 너무 조용하고 너무 진지했습니다. 그의 세균학 연구에 키티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화려한 사교계를 좋아하는 키티에게 월터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찰스 타운센드를 만났습니다. 홍콩 총독 보좌관으로 잘생기고 매력적이며 사교적인 남자였습니다. 키티는 그에게 빠져들었습니다. 찰스도 키티에게 끌렸습니다. 두 사람의 불륜이 시작되었습니다.

 

키티는 이 소설의 시작에서 전혀 공감하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경박하고, 이기적이고, 사랑 없이 결혼하고, 불륜을 저지릅니다. 그러나 몸은 키티를 단순한 악인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키티를 그렇게 만든 환경, 어머니의 야망, 사회적 압박을 함께 보여줍니다. 키티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출발점입니다.


장면 3 : 월터의 냉혹한 제안

발각된 후, 키티는 찰스에게 매달렸습니다. 찰스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아내와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했습니다.
찰스는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거절했습니다. 그는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키티와의 관계는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키티는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월터가 키티를 불렀습니다.
월터의 표정은 차가웠습니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월터: "나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겠소. 첫째, 당신이 나와 함께 메이탄푸로 가는 것. 지금 콜레라가 창궐하고 있는 지역이오. 나는 거기서 연구를 해야 하오. 둘째, 찰스 타운센드가 이혼하고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이혼을 허락하겠소."

키티는 찰스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찰스는 이혼을 거부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키티에게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월터와 함께 메이탄푸로 가야 했습니다. 콜레라가 돌고 있는 그 죽음의 땅으로.

 

월터의 제안은 단순한 복수가 아닙니다. 월터는 키티에게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화려한 홍콩 사교계, 이기적인 불륜 상대. 그 모든 베일을 걷어내고 진짜 세상을 보게 만드는 것. 월터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소설이 진행되면서 더 깊이 이해됩니다.

첫 번째 베일이 걷혔습니다. 찰스가 키티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두 번째 베일이 걷힙니다. 자신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었는지.


장면 4 : 메이탄푸로 가는 길

키티와 월터는 함께 중국 내륙으로 향했습니다. 기차, 배, 그리고 험한 산길. 며칠이 걸리는 여정이었습니다.
둘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월터는 키티를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키티는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중국의 풍경이 키티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논, 굽이치는 강, 낯선 언어로 떠드는 사람들. 키티가 이제껏 살아온 세계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메이탄푸에 가까워질수록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길가에 죽은 사람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콜레라의 흔적이었습니다.
메이탄푸에 도착했을 때, 키티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이 작은 도시에서 매일 사람들이 죽고 있었습니다. 월터는 바로 연구실로 향했습니다.
키티는 혼자 남겨졌습니다. 낯선 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메이탄푸로 가는 여정은 키티의 변화가 시작되는 첫 단계입니다. 홍콩의 화려한 세계에서 죽음이 넘치는 현실로. 그 급격한 전환이 키티를 처음으로 진짜 세상과 마주하게 만듭니다. 몸은 이 여정을 통해 키티가 어떤 세계에서 어떤 세계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장면 5 : 수녀원, 다른 삶의 방식

메이탄푸에서 키티가 유일하게 갈 수 있는 곳은 프랑스 가톨릭 수녀원이었습니다.
수녀원은 콜레라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매일 죽어가는 사람들을 간호하고,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고, 병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었습니다. 수녀들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일을 했습니다.
수녀원의 원장은 성 조셉 수녀(Sister St. Joseph)였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나이 든 수녀로, 강인하고 단호하지만 동시에 깊은 자비로움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키티는 처음에 수녀원을 그냥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녀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면서 키티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녀들은 자신을 희생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명예도, 사교계의 인정도, 아름다운 드레스도 없이. 그냥 거기에 있으면서 돌봤습니다. 병든 사람들을. 죽어가는 사람들을.

키티: (속으로)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사는 걸까. 무엇이 저들을 여기에 있게 하는 걸까."

 

수녀들은 키티에게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사는 삶. 키티는 평생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았습니다. 수녀들의 삶은 그것과 정반대입니다. 그 대비가 키티 안에서 무언가를 건드리기 시작합니다.


장면 6 : 와딩턴, 동양의 지혜

메이탄푸에서 키티의 또 다른 대화 상대는 와딩턴(Waddington)이었습니다. 영국인으로 중국 세관에서 일하는 중년 남자입니다.
와딩턴은 오랫동안 중국에서 살아온 사람입니다.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중국 문화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동양적 사유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키티와 자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대화에서 키티는 처음 듣는 생각들을 접했습니다.

와딩턴: "노자를 읽어본 적 있소? 물처럼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물은 싸우지 않습니다.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그러나 결국 바위를 뚫습니다."

키티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 어딘가에 걸렸습니다.
와딩턴은 또 키티에게 말했습니다.

와딩턴: "당신은 지금 혼란스럽겠지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요. 그것은 좋은 신호요. 자신을 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니까."

 

와딩턴은 이 소설에서 동양적 지혜의 목소리입니다. 서양적 논리와 욕망으로 살아온 키티에게, 다른 방식의 삶이 있다는 것을 조용히 알려줍니다. 노자의 물처럼 사는 것. 싸우지 않고, 낮아지고, 그러나 결국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키티는 아직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씨앗은 이미 뿌려졌습니다.


장면 7 : 월터, 진짜 모습

메이탄푸에서 키티는 월터를 새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월터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연구실로 갔습니다. 콜레라균을 연구하고,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치료 방법을 찾았습니다.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키티는 그것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왜 저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그러나 월터가 연구실에서 밤새 작업하는 모습을, 죽어가는 환자들 곁에서 조용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키티는 처음으로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월터는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표현하지 않았지만, 감동할 줄 알았습니다. 냉정해 보였지만, 그 냉정함 아래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키티는 월터에게 물었습니다.

키티: "당신은 왜 나를 여기에 데려온 것인가요?"

월터는 오랫동안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월터: "나도 모르겠소."

그 대답이 키티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복수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월터의 마음을 키티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메이탄푸에서 키티는 처음으로 월터를 인간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결혼 후 내내 무관심했던 남편이 실은 얼마나 깊은 사람인지를.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키티를 더 괴롭힙니다. 자신이 그 깊이를 보지 못하고 경박한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이.


장면 8 : 수녀원에서의 일, 키티의 변화

키티는 수녀원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점점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부모를 콜레라로 잃은 고아들. 키티는 그 아이들을 처음에는 어색하게 대했습니다. 아이들을 다루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키티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왔습니다. 키티의 과거도, 키티의 죄도 모르는 아이들. 그냥 눈앞에 있는 이 여자를 순수하게 대했습니다.
키티는 아이들을 안아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아이가 울 때 달래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웃을 때 함께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 조셉 수녀가 키티를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성 조셉 수녀: "당신은 처음보다 많이 달라졌어요, 페인 부인."

키티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 상황에 익숙해진 것인지.

키티: (속으로)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이것이 진짜인가, 아니면 이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감정인가."

 

키티의 변화는 극적이지 않습니다. 몸은 그것을 조용하고 서서히 그립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단순한 일 속에서 키티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발견합니다.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자신을 위해 사는 것보다 왜 더 충만한지.


장면 9 : 월터의 죽음

어느 날, 월터가 쓰러졌습니다.
콜레라였습니다. 매일 콜레라균을 다루던 월터가, 결국 감염된 것이었습니다.
키티는 달려갔습니다. 월터는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얼굴이 창백했습니다. 눈이 움푹 꺼져 있었습니다.
키티는 월터의 손을 잡았습니다. 월터의 손이 차가웠습니다.
월터는 눈을 떴습니다. 키티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힘겹게 말했습니다.

월터: "개가 죽었다."

키티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올리버 골드스미스의 시에서 온 말이었습니다. "개가 죽었다. 그것이 개의 잘못이었나, 아니면 개를 그렇게 만든 것들의 잘못이었나."
월터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그 마지막 말로 자신의 삶을 요약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인지, 키티의 잘못인지, 아니면 그 모든 상황의 잘못인지.
월터는 그날 밤 세상을 떠났습니다.
키티는 오랫동안 월터의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월터의 죽음은 이 소설의 전환점입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 "개가 죽었다"는 소설 전체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부분입니다. 그것은 자책인가, 용서인가, 아니면 그냥 체념인가. 몸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 모호함이 월터라는 인물을 더 깊게 만듭니다.

월터는 키티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그를 이곳으로 데려왔고, 그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개의 잘못이었나.


장면 10 : 홍콩으로 돌아오다, 그리고 다시 찰스

월터가 죽고 키티는 홍콩으로 돌아왔습니다.
홍콩의 화려한 세계가 다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파티, 사교계, 익숙한 냄새와 소리들.
키티는 달라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메이탄푸에서 무언가를 배웠다고. 수녀들을 보면서, 월터를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그러나 찰스를 다시 만났을 때, 키티는 흔들렸습니다.
찰스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키티를 반겨주었습니다. 따뜻하게 대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키티는 그 따뜻함에 다시 끌렸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이전에는 흥분과 설렘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다른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것. 자신의 나약함을 보는 것.
관계가 끝나고 키티는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키티: (속으로)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달라졌지만 충분히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이것이다."

 

키티의 재추락은 이 소설에서 가장 솔직한 부분입니다. 몸은 인간이 변화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메이탄푸에서의 경험이 키티를 변화시켰지만, 그 변화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나약함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키티가 자신의 나약함을 봅니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장면 11 : 영국으로, 그리고 아버지

키티는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홍콩은 더 이상 자신의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배 위에서 키티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월터인지 찰스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키티를 괴롭혔습니다.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나 있었습니다. 아버지 가스틴 씨만 남아있었습니다.
아버지 가스틴 씨는 키티가 어린 시절부터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에 가려 조용히 살아온 남자. 키티는 그를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영국에 돌아와 아버지를 다시 보았을 때, 키티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었고, 아내를 잃었고, 그러나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불평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고.
키티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랫동안. 처음으로.

가스틴 씨: "키티,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야. 그러나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

키티는 아버지의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진심으로.

 

아버지와의 화해는 키티의 변화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평생 어머니의 야망에 따라 살았던 키티가, 어머니가 없어진 자리에서 아버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자신이 찾지 못했던 것, 조용한 품위와 일상의 지혜를 봅니다.


장면 12 : 마지막 결심

키티는 아버지와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아버지가 새로운 직책을 맡아 바하마로 떠나게 되었을 때, 키티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이든 상관없었습니다. 그녀는 이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로 했습니다.
키티는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딸이 태어난다면, 그 딸에게 어떤 어머니가 되고 싶은가.
자신의 어머니처럼은 되지 않겠다고. 사회적 야망으로 딸을 억압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딸이 진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유롭게 두는 어머니가 되겠다고.

키티: "나는 오래 걸렸다. 그러나 이제 조금은 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소설은 여기서 끝납니다. 키티는 완성된 인간이 아닙니다. 여전히 불완전하고, 여전히 나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키티와 다릅니다. 이제 자신을 알기 시작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몸은 해피엔딩을 주지 않습니다. 키티가 성녀가 된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키티는 달라졌습니다. 그 불완전한 변화가 이 소설의 가장 솔직하고 가장 현실적인 결론입니다.


『인생의 베일』을 끝까지 읽고 나면, 제목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베일(Veil)은 여러 겹입니다.
첫 번째 베일은 키티 자신입니다. 아름다운 외모 뒤에 숨겨진 경박함과 이기심. 키티는 오랫동안 그 베일 뒤에서 살았습니다.
두 번째 베일은 찰스의 사랑이었습니다. 진심처럼 보였지만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그 베일이 걷혔을 때 키티는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세 번째 베일은 월터입니다. 냉정하고 무감각해 보이는 남자. 그러나 그 베일 뒤에 깊고 복잡한 인간이 있었습니다. 키티는 너무 늦게 그것을 알았습니다.
네 번째 베일은 삶 자체입니다. 화려하고 편안한 삶이 진짜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메이탄푸의 죽음과 고통이 그 베일을 걷어냈습니다.
몸이 이 소설에서 말하는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베일을 걷어내는 과정은 때로 견디기 힘든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그것 없이는 진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언제나 너무 늦게 시작됩니다. 그러나 늦게라도 시작하는 것이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스물다섯 살에 쓴 작품도 아니고 화려한 실험적 형식도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을 이토록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 작품을 고전으로 만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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